대만, 공공장소 내 다중이용설비에 중국산 사용 금지

강우찬
2022년 08월 12일 오후 4:09 업데이트: 2022년 08월 13일 오후 1:10

대만 정부가 모든 공공장소에서 다수가 보는 설비에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철도역 전광판이 해킹당해 펠로시 의장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표시되는 등 해킹 사태가 잇따르는 데 따른 조치다.

연합보에 따르면, 전날 대만 행정원(행정부 격)의 탕펑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은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설비를 공공장소에 설치한다면 중국산 IT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앞서 5일 공공기관 내 모든 장소를 대상으로 중국산 IT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탕 위원은 “앞선 조치에서 중국산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해서는 금지하지 않는 등 허점이 발견됐다”며 이를 보완한 새로운 규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2020년 정부기관에서 중국산 IT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발표하고 기존 중국산 제품을 지난해 말까지 비(非)중국산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등 즉각 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기간 만료 전까지 사용을 중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 방문 기간, 가오슝의 신쭤잉 철도역 전광판이 해킹돼 펠로시 의장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표시된 사건 이후 금지령 강화를 검토해왔다.

이 전광판은 중국 업체가 광고방송용으로 임대했으며 아직 임대 기간이 남아 있어 ‘중국산 금지’의 적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광고판을 운영하는 광고회사의 시스템에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것이 확인돼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해킹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탕 위원은 새 규범을 마련하면서 설비 임대 계약서 작성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하고 계약 해지나 변경, 설비 교체를 위한 지원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사이버보안 당국은 지난해 중국 공산당의 무력시위가 벌어지던 기간, 정부기관과 대학에 하루 500만 건의 외국발(發) 사이버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지난 2일 당일에는 하루 최대 공격량의 23배에 달하는 사이버 공격이 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중국 공산당이 사이버 공격에 편승해 대만 사회를 상대로 유언비어 유포, 심리전 등의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