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건드리는자 불에 타 죽을 것” 중국의 허장성세? 대응 수위 관심

최창근
2023년 04월 6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수교국 순방을 명분 삼아 ‘경유외교’를 통해 미국 조야(朝野)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자 예상대로 중국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테말라, 벨리즈 방문 전 뉴욕에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한 데 이어 대만 귀국 길에 LA를 들러 미국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과도 만나자 중국 측의 반응이 격해지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이 만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1979년 단교 이후 미국을 찾은 대만 총통이 미국 내에서 만난 인사 중 가장 고위급 인사다. 만남 자체만으로도 중국의 강도 높은 반발은 예정됐다.

실제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다양한 경로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중국은 차이잉원-매카시 회담 즈음에는 당·정·군이 동시다발로 담화를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판공실,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무원 외교부·국방부, 주미 중국대사관 등 5개 기관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이례적인 일로서, 밀착하는 대만과 미국에 대한 경고가 담겼다.

주무 부처인 국무원 외교부는 4월 6일,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대만이 유착하여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 측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될 첫 번째 ‘레드 라인’이다. 대만 독립은 양안의 평화·안정과는 마치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으며, 또한 막다른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산하 주미국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미국 측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다.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어하려 도모하는 자는 반드시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외교적 수사(修辭)라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국무원 국방부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인민해방군은 직책과 사명을 준수할 것이다.”라며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다.”라고 밝혀 무력 대응을 시사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도 4월 6일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중국의 주권, 영토는 침범할 수도 나눌 수도 없다. 전인대가 제정·시행한 ‘반국가분열법’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을 억제하며 외부 세력의 대만 간섭에 반대하는 등 중대한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만 독립을 용인하는 세력을 지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국 실패할 것이며, 대만해협을 위협하고 대만 독립을 도모하며 조국의 통일을 파괴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국 법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판공실은 차이잉원-매카시 회담을 ‘도발 행위’로 규정했다. 성명을 통해 “민진당 당국은 미중 전략 경쟁이 ‘미국에 의존하여 독립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고 오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이잉원과 민진당 당국은 대만을 전쟁 위협으로 몰아 넣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려 한다.”고 했다.

중국의 이례적인 비난 성명 발표 후 실제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더하여 1995~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와 유사 사태가 제발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차이잉원 현 총통의 ‘정치적 아버지’로 평가받는 리덩후이 전 총통(1988~2000년 집권)이 모교 미국 코넬대 졸업식 참석을 명목으로 1995년 6월 미국을 방문했다. 앞서 미국 상·하원은 ‘결의안’을 통해 ‘우방국’ 대만 총통 초청을 행정부에 요구했다.

리덩후이 총통의 미국 방문 직후 중국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7월 21~26일 인민해방군은 대만 근해 반경 10해리 지역에 둥펑(DF)-15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 같은 시기,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을 마주한 푸젠성 지역에 집중 배치됐다.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리덩후이 총통 비난 기사를 집중 게재했다. 시위는 이듬해 3월 총통 선거까지 이어졌다.

당시 중국은 강도 높은 무력 시위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엄포’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주 배경에는 미국의 무력 개입이 자리한다. 당시 미국은 해군 제7함대 소속 항공모함 전단 2개를 대만해협에 배치했다. 항공모함을 보유하지 못했던 중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2023년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은 이미 랴오닝·산둥함 등 2척의 항공모함을 실전 배치했고 3번째 항공모함 푸젠함도 진수했다. 구축함, 순양함 등 전력 증원도 이뤄져 외형상 미국 해군 제7함대와 맞설 전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양적인 면에서 미국과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평가받는 인민해방군 해군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뒤처진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하여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재집권을 저지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대만을 지나치게 자극할 경우 대만 독립 여론을 결집시켜 다시금 민진당에 어부지리를 안겨 줄 수 있다는 딜레마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