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화이자 백신 ‘직구’ 막은 중국의 도발 “우리가 줄게”

2021년 05월 31일 오후 2:43 업데이트: 2021년 05월 31일 오후 2:43

대만의 화이자 백신 구매를 방해한 중국이 화이자 백신 제공을 제안하며 차이잉원 정부의 신경을 긁고 있다. 대만의 여야와 여론 분열을 노린 백신 ‘통일전선’ 공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6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이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 백신(화이자 백신)을 구매하지 못한 것은 중국의 방해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언론에는 널리 보도되지 않았지만, 차이잉원 총통의 ‘중국 직격 발언’ 이틀 전인 24일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대만) 섬의 일부 단체와 인사들이 대륙(중국) 백신 구매를 원한다”며 백신 제공 의사를 밝혔다.

주 대변인은 “대만 동포가 조속히 대륙 백신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대만인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며 차이잉원 정부의 심기를 자극했다.

실제로 대만 내 공산당 지지 세력과 친중 단체들이 집단감염 확산 사태를 이유로 차이잉원 정부를 비판하며 중국의 백신 제공 제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의 중국 및 대만 독점 공급권을 가진 상하이푸싱제약은 대만에 화이자 백신을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하며 중국 정부의 방침과 보조를 맞췄다.

25일에는 홍콩 정부까지 나서서 대만을 상대로 한 백신압박을 펼쳤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상하이 푸싱이 공급받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화이자 백신)을 대만에 기부하겠다. 홍콩 시민들은 백신 접종의사가 낮고, 백신의 사용기한이 곧 끝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하이푸싱이 공급한 화이자 백신은 지난 3월 포장 결함을 이유로 홍콩에서 사용이 중단된 바 있다. 폐기처분된 백신은 1만회분 정도에 그쳤지만, 홍콩 시민들 사이에는 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됐다.

홍콩에서 화이자 백신은 푸싱을 통해 공급되고 있기에 ‘푸싱-바이오엔테크 백신’으로 불린다.

이와 관련해 화이자의 글로벌면역종양임상연구개발 총책임자는 “‘푸싱-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상하이푸싱이 붙인 이름이지 화이자의 상품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전문가 친펑(秦鵬)은 “푸싱은 바이오엔테크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전혀 없다. 공급업체일 뿐”이라며 “중국 공산당의 홍콩 탄압으로 반감을 갖게 된 홍콩인들은 포장 결함 사건 이후 중국기업 이름이 붙은 이 백신을 더 믿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푸싱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중국 내 전략적 파트너이며, 푸싱은 이 제품의 중국 임상시험, 출시 신청, 시장 판매 등을 담당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월 26일부터 16세 이상 홍콩 시민들에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도록 했지만, 현재까지 접종률은 낮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에 보관하고 사용 직전 해동해야 한다. 해동 후에는 2~8도에서 5일간 보관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보관 중인 화이자 백신의 사용기한은 8월 중순까지이다.

친펑은 “중국 정부와 푸싱은 곧 버리게 될 백신을 생색내기에 사용했다. 만약 대만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푸싱은 ‘대만이 대륙(중국) 백신을 사용했다’는 식으로 홍보하려 했을 것이다”며 상대방 내부에 동조세력을 준동시켜 여론을 분열시키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공작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화이자 백신은 홍콩에서는 접종되고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친펑은 “중국 공산당은 외국산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 중국산 백신 기피현상이 벌어질 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