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트럼프’ 궈타이밍 폭스콘 창립자 대권 도전

최창근
2023년 04월 6일 오후 1:56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대만의 트럼프’라는 별칭의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가 총통 선거 재도전을 선언했다.

6월 5일, 궈타이밍 전 폭스콘 회장은 미국 방문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당 총통 후보 지명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총통 후보로 지명받지 못해도 국민당의 총통 선거 승리를 돕겠다.”고도 했다.

궈타이밍 전 회장은 “만약 국민당 총통 후보가 되면 모든 비록(非綠·비민진당 계열) 진영을 결집하여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라고 했다. 대만 정치 지형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며 중국에 정체성을 둔 국민당 등 범람(泛藍)계와 대만 독립 성향의 범록(泛綠)계로 나뉜다.

궈타이밍은 “만약 국민당이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新北)시 시장을 총통 후보로 선출하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민진당이 계속 집권할 수 없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으로 내정부 경정서(警政署·경찰청 해당) 서장, 신베이시 부시장을 거쳐 재선 신베이시 시장이 된 허우유이는 현재 가장 유력한 국민당 차기 총통 후보로 꼽힌다. 이 밖에 주리룬(朱立倫) 현 당 주석, 장완안(蔣萬安) 현 타이베이시 시장 등이 거론된다.

궈타이밍은 양안관계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만 독립을 추구하고, 중국을 적으로 삼아 대결하는 세력에 투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여 현 민진당 정부에 반감을 가진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다.

궈타이밍은 국민당 지지층의 반감을 사는 요인인 탈당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지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2019년 6월, 폭스콘 회장직 사임 후 국민당에 전격 입당하여 한궈위(韓國瑜) 전 가오슝(高雄)시 시장, 주리룬 현 당 주석 등과 당내 경선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한궈위가 후보로 결정됐고 궈타이밍은 이에 반발, 탈당했다. 이어 본 선거에서는 국민당과 같은 범람계 정당인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후보를 공개 지지하여 국민당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국민당·친민당 등 범람 계열 정당의 분열 속에서 치러진 2020년 대선에서 민진당 차이잉원 현 총통이 승리하여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궈타이밍 전 회장은 이를 두고서 “자신의 당시 선택이 어리고 충동적이었다.”며 국민당 탈당에 대해 사과했다.

궈타이밍은 복당과 후보 지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탈당 후 4년 이내에는 복당 신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오는 9월 27일 이후에나 복당이 가능하다.

‘대권 재수’를 선언한 궈타이밍은 다방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비교된다. ‘대만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2019년 첫 대권 도전 시에는 ‘대만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대중국 정책에서는 반대라 할 수 있다. 궈타이밍은 친중 노선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교분이 깊어 오랜 친구(老朋友)로 불린다. 이는 개인 배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민당 정부 대만 철수시 대만으로 건너 온 외성인(外省人) 2세인 궈타이밍은 대만의 대표적인 재벌이다. 그가 일군 폭스콘의 주 생산기지는 중국에 있다. 중국과는 멀어질 수 없는 운명이다.

국민당 의사결정기구 중앙상무위원회는 지난 3월, ‘차기 선거 총통 후보는 경선이 아닌 지명으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