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활동하는 중국 스파이 5천여명, 군 기관까지 침투”

우민저우(吳旻洲)
2019년 07월 29일 오후 6:48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8:50

타이페이=대만 내에서 중국의 첩보활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 이어진 중국 간첩사건은 대만의 정치, 경제, 군대 등 사회 각 분야에 심각한 침투가 이뤄졌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7년 대만 정보기관은 대만에 파견된 중공 간첩을 약 5천명으로 추정했다. 한 정보기관 당국자는 중국 대신 ‘중공(중국공산당) 간첩’이란 용어로 사건의 핵심을 표현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만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사회적 경각심이 크게 일었다.

대만 정보기관이 2002~2017년 적발한 중공 간첩사건은 총 60건이다.

중국-대만 간 통상·통항·통신(대삼통) 교류 재개 전인 2009년까지는 18건에 그쳤지만, 2009년 대삼통 이후 간첩사건은 42건으로 급증했다.

실제 드러나지 않은 간첩 사건은 훨씬 많다는 게 중론이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중화민국 국군 공개 자료에 드러난 ‘중공’ 간첩에 연루된 군인은 영관급 십여 명, 장성급 4명이다.

장성급 4명은 뤄셴저(羅賢哲) 전 육군 사령부 통신전자정보처장(소장), 천주판(陳筑藩) 전 헌병사령부 부사령관(중장), 커셩정(柯盛正) 전 해군 사령관(중장), 쉬나이췐(許乃權) 193연합병종여단 여단장(소장) 등이다.

체포된 이들이 중국 본토에서 파견된 간첩이 아니라 대만 군인들이라는 점에서 ‘중공’의 첩보활동이 매수·포섭에 집중됐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뤄 소장은 2004년 태국 파견 기간 여간첩 리페이치(李佩琪)의 미인계에 넘어갔다가 결국 조국을 배신했다는 오명과 함께 체포돼 무기징역 복역 중이다.

호주 여권을 소지한 리페이치는 유흥을 좋아하는 뤄 소장에게 접근해 거액을 제시했고, 뤄 소장은 업무상 권한을 이용해 극비문서를 리페이치에 넘겼다.

뤄 소장은 대만 복귀 이후에도 리페이치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미국에서 접선해 금전을 수취하다가 대만 정보당국에 꼬리가 잡혀 2011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리페이치는 이후 중국 국가안전부 대대만 특처과장이 됐으며, 그가 입수한 자료에는 대만-미국 간 군사협력 관련 기밀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미국까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중공의 대만 침투방식에는 동료, 친구, 친인척을 우선 포섭한 뒤 목표인물을 매수하는 수법도 있다. 위안샤오펑(袁晓風) 전 공군 중령 간첩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공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만 공군 퇴역 중위 천원런(陳文仁)을 매수한 뒤, 그에게 친구인 위 전 중령을 포섭하도록 사주했다.

위 전 중령은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2003~2007년 USB에 기밀자료를 담아 넘기는 방식으로 총 12차례에 걸쳐 780만 대만달러(약 2억9천만원)를 받았다. 위 전 중령은 무기징역, 천 전 중위는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중공이 민간기업인을 포섭해 군사시설 프로젝트에 참여시킨 뒤 군사 정보를 염탐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2019년 중화민국 검찰은 신베이시의 건설업체 장(張)모씨와 동업자 린(林)모씨를 간첩혐의로 체포했다.

두 사람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국방부=중신(忠信) 주둔구역 차단시설 보수사업 ▲공군=사령부 장교·사병 체력훈련실 보수사업, 둥아오령(東澳嶺) 주둔구역 피뢰침 기반 설치사업, 스먼(石門) 주둔구역 영문 시설 보수사업 ▲육군사령부=위에룬(岳崙) 주둔구역 P창고 보드 가설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대만의 군사기밀을 수집해 중공 측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군 관계자를 매수해 간첩 조직을 확대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