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회 연설에 담긴 시진핑의 ‘국제질서 구상’

강우찬
2022년 11월 2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2년 11월 2일 오전 11:45

“전면적 개혁·개혁 심화” 발언…전문가 분석
“시진핑 3기 인선, 경제 전문성 보이지 않아”
“사회주의 계획경제 회귀…서방기업 거부감”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을 확정 지은 가운데, 또 한 번 서방 자본을 끌어들여 규칙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현상변경을 시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진핑 총서기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언론과 만나 “우리는 전면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심화하는 것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이번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2021년 전면적 샤오캉(小康·풍족한 생활)을 달성했다며 오는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달성, 2049년 전면 달성을 통해 중화민족 부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화민족 부흥’은 과거의 공산당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1978년 말 내세운 ‘개혁·개방’에 이은 새로운 정책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시진핑은 중화민족 부흥을 선포한 바로 다음 날 “전면적 개혁·개방을 심화하는 것을 확고히 하겠다”는 발언으로 다소 엇갈린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안보정책센터(CSP)’의 그랜트 뉴샘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와 군사력 강화를 위한 자금·투자·기술을 제공하도록 서방 기업과 금융회사들을 환영하고 싶어 한다”고 풀이했다.

40년간 중국을 연구해온 뉴샘 연구원은 “경제적 개방은 지난 40년간 중국 공산당의 일관된 화두였다”며 “시진핑의 연설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세계의 경제적 성과를 이용해 중국 공산당에 유리하도록 국제질서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그들은 일정 목표치를 채우면 외국인들을 중국에서 몰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 학자이자 중국 공산당 정책 전문가인 프랭크 레버거는 시진핑이 ‘제도적 개방’을 강조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진핑은 지난달 16일 당 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규칙, 규정, 관리, 기준에 대한 제도적 개방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버거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말한 “제도적 개방”은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미라고 지적했다. 개방을 통해 외국 기업과 자본이 중국에 진출하도록 하면서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제도를 수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 표현이 세계 경제 지형을 재구성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야욕을 담고 있다며 “기존의 국제 무역과 상업 질서를 전복하고, 다른 무역 상대국 대신 중국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단적이고 독재적인 사회주의 체제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경제구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에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만 그 결과는 참여국의 인프라를 장악하는 ‘부채 함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레버거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서방 자본을 끌어들인 중국이 해외에서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을 어기며 ‘포식행위’를 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자국 경제를 망치고 세계 공급망에 타격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 기술 절도에 침묵하던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이후 경제적 제재 등이 가해지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올해 국내총생산(GDP)에 그늘이 드리워지면서 쇠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레버거는 “그러한 우려에도 시진핑의 파괴적 정책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 정권의 최고 지도자로서 시진핑은 어떠한 말과 행동도 틀렸음을 인정할 수 없기에 아무리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따르더라도 철회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은 지난 2020년 5월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쌍순환 전략’을 언급했다. 수출 주도 경제에서 내수 위주로 전환하되, 미진한 국내순환(내수)을 활발한 국제순환(수출)과 연결해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쌍순환은 그 본질에서 외부, 즉 서방과의 분리를 내포하고 있다. 서방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이 자유와 민주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공산당 일당 독재에 항거하는 움직임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국의 끊을 수 없는 ‘대외 의존’

튼튼한 내수를 바탕으로 서방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서방을 상대로 공세로 전환해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변경하겠다는 사회주의 혁명 과업 완수를 위한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거대한 성장에도 서방은 여전히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공급자다. 중국은 외국에 정치적 압력을 가할 때 중국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들지만, 중국 경제 역시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바로 서지 못한다.

미국 로펌 해리스 브릭켄의 기업법 파트장이자 중국 법률체계를 연구해온 변호사 조나단 벤치는 “시진핑이 개혁개방을 말하는 것은 내수를 확대하려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중국이 타국과 협력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벤치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은 그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요구를 거부해왔지만 결국 미국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요구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면서 미국 회계 기준을 따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중국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는 경제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 대신 중국 정권은 미중 사이에 놓인 국가들을 상대로 협상하고 위협하면서 자국 안보을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버거는 시진핑이 흔들리는 중국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서방에 더 많은 자본 투입을 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서방 선진국들은 시진핑이 추진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모델’이 거대한 퇴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나 벨라루스,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미얀마 그리고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과 같은 독재국가들은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겠지만, 서방의 불참으로 결국 그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버거는 새로 출범한 시진핑 정권의 경제적 전문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리커창 총리와 류허 부총리 등 경제와 국제 무역에 전문성을 갖고 있던 중국 지도자들은 이제 모두 은퇴했으며, 사실상 총리로 내정된 리창 상하이시 서기가 두 사람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레버거는 “온갖 사회적 병패로 가득찬 중국은 경제적 재앙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