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영광을 위해 분투” 中 공산당이 19세 스키 스타에 보낸 축전

한동훈
2022년 02월 9일 오후 1:1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16

“당과 인민의 더 큰 영광을 위해 분투하기 바란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에일린 구(19) 선수와 동료들에게 전달된 축전이다.

지난 8일 구는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빅에어’ 부문 중국 대표로 나가 최고점인 94.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중국은 올해 동계올림픽 신규 종목으로 채택된 빅에어 부분 첫 금메달 겸 사상 두 번째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중국 공산당은 중국 스키팀 대표에게 이 같은 축전과 함께 “체육 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 큰 공헌을 하기 바란다”고 더 많은 분투를 주문했다.

그동안 공산당은 중국 내 인권탄압에 대해 각국의 비판과 보이콧이 제기될 때마다 “스포츠와 올림픽을 정치화하지 말라”며 반발했지만, 이날 축전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매우 정치적인 행사이자, 정치적 과업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중국 공산당 베이징 시 위원회도 축전을 보내 “국가의 영예를 드높인 쾌거”를 칭찬하며 “모든 베이징 인민들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분투 노력하도록 격려하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작년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행한 연설에서 무려 21번이나 외치며 강조한 당의 과업 목표다.

에일린 구의 중국어 이름인 구아링(谷愛凌)으로 작성된 축전에는 그녀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스키 훈련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었다.

구는 1990년대 미국으로 이민한 중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에서 스키 선수로 성장해 대표 선수까지 지냈지만 지난 2019년 돌연 중국 대표팀으로 옮겼다.

이번 경기에도 미국식 이름 대신 구아링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출전했다.

구는 미국 내 흑인과 아시아인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왔지만, 신장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족 등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해왔다.

그녀는 금메달 획득 후 “많은 젊은이들, 특히 내 어머니의 나라에서 태어난 어린 소녀들에게 격려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차별과 탄압에 시달리는 위구르족 소녀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많은 세계인들은 어머니의 국가를 위해 스키 대표선수로 출전한 구의 선택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체재 선전과 정치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체육총국과 베이징시 공산당 위원회가 그녀에게 보낸 축전이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