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반도 정세, 한미동맹 중요성은? 이상현 세종硏 수석연구원

이윤정
2020년 10월 23일 오전 3:08 업데이트: 2020년 10월 26일 오후 3:42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이후 한미 간 의견 충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됐던 기자회견도 돌연 취소됐다. 껄끄러운 한미간 기류가 반영됐다는 말들이 있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대 현안이었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 조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미 간 의견차는 있을 수 있지만 쌓이면 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미 대선 결과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미국은 공평한 분담을 강조하며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합리적 수준에서 인상 폭을 결정하고 점차 늘리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방위비 압박의 압력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인상 요구 자체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재선시 인상 압박은 거세지겠지만,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방위비 인상은 민주당도 동의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겠다는 이야기다.

이번 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는 “주한미군 현 수준 규모 유지”라는 문구가 삭제돼 국내에서 논란이 됐다.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도 한국과 동맹이 흐트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2008년 오바마 행정부 때 2만8500명 수준에서 미군을 유지한다고 합의하고 이 내용이 매년 SCM 공동성명에 포함됐는데 12년 만에 처음으로 빠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뺐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얼마 전 주독 미군을 감축한 것을 보면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감축하거나 철수하겠지만 북한의 위협이 더 커진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줄이는 게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전작권 전환, 변화된 주변환경 고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마무리 짓기로 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계획에 대해서는 이번 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커다란 진전”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은 조건을 충분히 갖추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이라며 전작권 전환 조건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2014년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한국군의 연합작전 능력, 북핵 초기 대응능력,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 등 3가지를 고려하기로 했었다. 6년이 지난 현재 3가지 조건이 모두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이 3년 넘게 중단됐다. 코로나 사태로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절차마저 차질을 빚고 있는데 시한을 정하고 밀어붙이는 건 양국 군 모두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협의회 주요 성과에 대한 분석 외에 이수혁 주미대사의 “한국, 미·중 선택 가능” 발언도 한미 양국 간 이슈로 떠올랐다.

이 연구위원은 이 대목에서 심각해졌다.

그는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최전선에 있는 현직 주미 대사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공직자로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 측이 이를 반박했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이냐 미국이냐, 한국의 선택은…

미국은 쿼드(Quad),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클린 네트워크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셋의 공통점은 반중 동맹이다. 이에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사드 배치 때 중국이 엄청난 보복을 하지 않았나.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면서 (한국은) 입장을 저울질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그러나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 정부가 갈수록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다. 참여한다면 중국의 보복과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립’이 이미 일종의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군사담당 부차관보는“중립을 취하는 것은 중국에 기운 것으로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미국을 확실하게 지지하지 않는 일들이 갈수록 자주 발생하다 보니까 소위 ‘중국 경사론’이 확산하는 모양새다”라며 “미국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적절히 메시지를 관리하고 외교적 요령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한국이 미중 사이에 선택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면 시장경제 체제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체제 쪽으로의 선택에 무게를 뒀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 이후 한미 간 동맹 파열음이 들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미동맹의 기반은 여전히 건실하다고 본다. 양국의 국익 우선순위가 다르고 처지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견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큰 둑도 작은 개미구멍 하나에서 새는 물 때문에 무너지듯이 작은 이견들이 계속 쌓이면 70년 동맹이라도 파열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되돌릴 수 없는 레드 라인에 다다르기 전에 양국 간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도 이제 외부 변수에 피동적으로 반응하면서 한반도만 바라볼 게 아니라 미중 관계와 아시아-태평양과 인도-태평양 전체를 다각적으로 보는 폭넓은 시각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