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800원으로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던 24살 청년

황효정
2020년 10월 30일 오후 1:1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14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실수로 타버리고 길을 잃는 사람들이 과거에는 참 많았다.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점점 그런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버스 정류장 노선도에 붙기 시작한 화살표 스티커 덕분이었다.

tvN ‘리틀빅히어로’

“이 버스는 이쪽으로, 저 버스는 저쪽으로 갑니다”라고 알려주는 화살표 스티커 덕분에 사람들은 목적지에 맞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었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던 화살표 스티커를 붙인 이는 사실 버스회사 관계자나 공무원이 아니었다.

한 대학생이 혼자서 시작한 일이었다.

지난 2011년, 당시 스물네 살 대학생이었던 이민호 씨는 버스를 잘못 타고 학교에 지각하는 일을 몇 차례 겪었다.

tvN ‘리틀빅히어로’

“버스 노선도에 방향이 제대로 표시되기만 해도 사람들이 버스를 잘못 타는 불편이 훨씬 줄어들 텐데…”

이같은 생각에 시청에 몇 번 민원도 넣어봤지만, 별다른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민호 씨는 이에 직접 화살표 스티커를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문구점에서 파는 빨간색 화살표 스티커는 800원이었다. 800원짜리 스티커를 사다가 틈틈이 정류장을 돌며 붙이기 시작했다.

tvN ‘리틀빅히어로’

나중에는 사비를 더 들여 품질이 더 좋은 스티커를 사서 붙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시작한 화살표 스티커 붙이기는 서울 시내 곳곳으로 퍼졌다.

2013년 기준 서울의 6,500여 곳 버스 정류장 중 3,500곳에 민호 씨의 스티커가 붙었다.

이같은 민호 씨의 행동이 알려지면서, 대대적으로 서울시 전체 정류장의 노선도 개편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