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할리우드’ 침투…영화 내용 조작 실태(상)

Cheng Jing
2018년 10월 15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후 1:49

마이크 펜스(Mike Pence) 미국 부통령은 지난 10월 4일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 연설에서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을 지목하며) 이 두 영화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공산당의 심의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미치는 거대한 영향력 때문에 중국공산당은 이미 여러 해 동안 각종 방식으로 할리우드에 침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사회에서 광범위한 관심과 제지를 받고 있다.

이날 펜스는 중국공산당이 어떻게 미국에 전면적으로 침투하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미국에서의 영향력과 이익 증진을 위해 정치, 경제, 군사적 수단 및 선전을 통한 정부 차원의 수법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닉슨 정부 이후 미국이 중국공산당을 이렇게 강하게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문화 방면에서 펜스는 “중국은 할리우드에 중국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도록 주기적으로 요구해왔고, 그렇게 하지 않은 제작사와 제작자는 처벌을 받았다. 중국 심의위원은 영화 속에 조금이라도 중국에 대한 비판 내용이 있으면 당장 편집을 가하거나 상영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펜스는 “영화 ‘월드 워Z(World War Z)’는 중국 지역이었던 바이러스 근원지 부분을 삭제했으며, 영화 ‘레드 던(Red Dawn)’도 원래 중국인이었던 악역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북한인으로 수정했다”고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펜스가 지목한 영화 두 편

‘월드 워Z’는 맥스 브룩스(Max Brooks)의 동명 스릴러 공상과학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세계 각국을 파괴하는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한 후 궁지에 몰린 생존자들이 살길을 찾는 내용이다. UN 소속 조사관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은 좀비가 기승을 부리는 치명적인 재난을 막기 위해 가족을 떠나 위험을 무릅쓰고 조사에 나선다.

영화는 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국의 연예 전문 매체 시나위러(新浪娛樂)는 2013년 4월 2일,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티베트에서의 7년’이라는 이전 영화에서 달라이 라마의 오스트리아인 멘토로 출연한 게 문제가 돼 오랫동안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영화배급사인 파라마운트 픽처스 경영진은 원작 내용 중에서 조사원이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지로 중국을 의심하는 부분을 없애는 데 특별히 집중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대본 재작업과 약 7주간의 재촬영을 하는 바람에 1억 2500만 달러(약 1417억 원)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그해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 중 가장 비싼 작품이 됐다. 이후 중국판에서 이 바이러스의 근원지는 ‘모스크바’로 바뀌고 말았다.

‘레드 던’은 1984년 인기를 끌었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미국을 침략한 원작의 소련 특공대가 리메이크 영화에서는 중국 특공대로 나온다. 그러나 이 부분이 중국 측의 불만을 샀다.

뉴욕 타임스는 2012년 11월 24일, ‘레드 던 리메이크, 중국 시장과 타결’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중국의 심의를 통과하고 중국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레드 던’ 제작자는 신속히 편집에 들어갔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침략자를 북한인으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마놀라 다기스 뉴욕 타임스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값싼 특수효과, 엉망인 연기와 정치적 요소가 뒤섞인 잡탕”이라며, “생각이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북한인의 침입은 그야말로 미친 환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진출 위해 타협하는 할리우드 영화

할리우드 영화는 정치 선전 일색의 중국산 영화만 상영하던 중국 극장가가 흥행 참패를 겪을 당시인 1990년대에 중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됐다. 2009년 출판된 《중국전영대편로(中國電影大片路)》 통계에 따르면,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중국의 연간 흥행 총수입은 22억 2000만 위안(3640억 원)에서 13억 위안(2131억 원)으로 떨어졌고, 연간 관객 수도 162억 명에서 42억 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1994년부터 매년 외국 영화 10편을 수입하도록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할리우드 영화는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998년 3억 6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은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다. 그 후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노력으로 2012년부터 매년 34편이 중국에서 개봉하고 있다.

정부에 민감한 내용은 삭제

그러나 이 영화들은 여전히 중국 광전총국(廣電總局: 중국 라디오, TV 영화산업 등을 관리·감독하는 국무원 직속기구)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 하고, 특히 민감한 내용이 있을 경우 할리우드 영화 배급사들은 대본을 대대적으로 수정을 하거나 기존 줄거리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삽입해야 한다.

아이네 코카스 버즈니아대학 교수는 《할리우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신간 서적에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대만 문제, 티베트 문제, 톈안먼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영화 속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 영화 배급사들은 대폭적인 대본 수정, 민감한 요소 제거, 중국 요소 삽입 등의 작업을 거치거나 아예 ‘중국 특별판’으로 만드는 등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합작 위해 ‘중국 요소’ 추가하는 할리우드

또한, 외국 영화는 원래 중국에 진출할 때 흥행 수익의 25%만 가져갈 수 있게돼 있다. 그러나 ‘합작’을 하면 43%까지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은 중국 사업자와 합작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합작 영화가 급증하자 중국 당국은 합작영화를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2012년부터 ‘중국 측의 투자 비율이 일반적으로 1/3 이상이 돼야 하고, 중국 배우가 주요 배역을 맡아야 하며, 중국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인 ‘제몐(界面)’은 2016년 10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일부러 중국 심의 당국의 비위를 맞춘 할리우드 대작 18편을 조사·정리해 보도했다. 아래는 단지 몇 가지 실례를 든 것뿐인데, 중국 당국의 심의를 거치거나 할리우드가 어쩔 수 없이 자체 심사 과정에서 빼 버린 내용을 알 수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도 2013년 4월 ‘중국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할리우드’라는 기사를 싣고, “할리우드는 지금 중국 영화시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위해 할리우드는 대본을 수정해 악역을 다시 만들고 심지어 전체 작품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닥터 스트레인지’의 각본가 중 한 명인 C. 로버트 카길(C. Robert Cargill)은 이런 실태를 한탄하며 “당신은 ‘티베트가 단지 하나의 평범한 지역이라고 생각해야 하며,티베트인들도 특별한 점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억 명의 관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중국 당국은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고 주장할 것이고 중국의 심의 부서도 이 영화의 상영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BBC도 2013년 1월 24일 중국의 일부 인사들이 중국 영화심의제도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이 영화 대사와 줄거리를 첨삭하는 것은 공산당 정권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산당은 이 방면에서 이미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영화 내용이 민중의 공감을 살까 봐 두려워 민감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삭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영국 런던을 영화 속에서 11차례나 파괴했다. 영국 미디어 웹사이트인 ‘디지털 스파이(Digital Spy)’는 2016년 3월 3일 이 영화들을 조사·정리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에서 런던은 매번 엄청난 재난에 휩싸였지만, 이에 대한 영국인들의 항의는 한 번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