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와서 미안합니다” 눈물로 피자 외상값 전한 아빠

이서현
2021년 08월 24일 오후 8:3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0:57

7살 딸의 생일날, 코로나로 실직한 아빠에게 남은 돈은 고작 570원이었다.

피자와 치킨이 먹고 싶다는 딸의 말에 아빠는 몇 번 주문한 적이 있는 피자집에 어려운 부탁을 했다.

‘생계급여자며7살짜리딸아이혼자키우는데돈은없고부탁드려봅니다20일수급날드릴수있습니다꼭드릴게요’

글자 수 제한 탓에 띄어쓰기도 제대로 못 하고서 사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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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요청사항에 담긴 글을 보고 서비스 메뉴까지 챙기며 피자를 구웠다.

사장님은 ‘누구든 한 번쯤은 사람들을 다 도운 적이 있을 텐데..거액 기부를 하는 분들도 계신데 피자 한 판쯤이야’라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피자 박스에는 부담 갖지 말고 따님이 피자를 먹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연락 달라는 따듯한 메시지도 적었다.

그날, 아빠는 딸과 함께 눈물 나게 맛있는 피자를 먹었다.

이렇게 좋은 분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방송국에 제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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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해 본인의 신원 노출을 꺼리면서도 사장님의 선행을 알리고 싶어 카메라 앞에 섰다.

본인도 힘든 상황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민 사장님은 소위 말하는 돈쭐이 제대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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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전한 SBS 방송국에도 부녀를 돕고 싶다는 후원 문의와 물품 후원이 쏟아졌다.

그렇게 따뜻한 응원과 함께 80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이 모였다.

아빠는 그 돈으로 끊긴 가스비와 통신비를 냈다.

딱 만 원 한 장을 더 썼는데, 달걀 10개와 저녁거리를 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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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후원금은 아빠, 엄마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라는 아이들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들어오면 외상값을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러 딸과 함께 피자 가게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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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사장님을 만나자마자 눈물을 쏟았고 “늦게 와서 미안합니다. 진짜 고마웠어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아빠의 손을 맞잡고 몸 둘 바를 몰라했다.

그러면서 돈만 내고 음식을 받지 않은 손님들의 돈을 또다시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피자 한 판이 만든 따뜻한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