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 중독 심각…입법 토론회 “예방교육 교과과정에 반드시 들어가야”

이연재
2022년 09월 30일 오후 10:01 업데이트: 2022년 10월 1일 오전 6:47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초국가적 안보위협, 핵보다 무서운 마약’이라는 주제로 마약류 퇴치 교육 지원에 관한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국회글로벌외교안보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태영호 의원이 개회사에서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에서 마약 공화국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에포크타임스

태 의원은 개회사에서 “최근 지역구에서 거의 매일 마약과 관련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에서 마약 공화국으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마약 범죄는 범죄일 뿐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중독’이다. 우리는 그동안 처벌·단속에만 집중했고 예방 교육이나 재활치료센터에 대해서는 관심이 너무 적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고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분의 혜안과 모든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지난 23일 마약 중독자를 위한 전문 재활시설을 국가 차원에서 설립하고 운영·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류 등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방지를 위한 평생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마약류 퇴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민간단체가 수행하고 있는 마약 퇴치 업무를 공공의 영역으로 이전, 법무부 산하에 예방·재활·치료를 전담하는 전문 재활교육기관을 설립·운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치료와 재활뿐 아니라 마약류 등의 오남용·중독에 대한 예방 교육이 교육과정에 걸쳐 제공될 수 있도록 국가가 필요한 정책을 수립·추진하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이날 토론회에는▲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 ▲전영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한국중독전문가협회 회장)가 발제 및 토론을 맡고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한국다르크 사무총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마약 중독 예방 교육, 중독자들의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는 재활·치료 제도 확립, 텔레그램·다크웹 내 마약 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적 보완 등 다각적 접근 없이는 확산 일로에 있는 마약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약사범 3 1명은 1020세대… 5년새 2.5 증가

우리나라 마약사범 3명 중 1명은 10대 또는 20대다.

경찰청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검거된 마약사범 8887명 중 20대 청년과 10대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478명(16.6%), 69명(0.8%)이었던 반면, 2021년에는 1만 626명 중 20대 3507명(33%), 10대 309명(2.9%)으로 5년 새 2.5배나 늘어났다.

과거 ‘마약 청정국’의 위상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수년간 청소년의 마약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직범죄과장(좌)과 전영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우) | 에포크타임스

김보성 과장은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라며 “2030은 물론 10대 마약 범죄도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SNS나 다크웹 등의 발달로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젊은 세대들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크웹은 일반 웹브라우저가 아닌 특수한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모든 접속 과정은 데이터 암호화와 함께 이뤄져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할 수 없으며 익명성이 보장된다. 이 때문에 초기엔 국가기관 검열을 피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기밀을 폭로하는 공간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가상자산이 등장한 이후 다크웹 내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개인정보·마약·위조증명서부터 기업의 기밀정보에 이르기까지 가상자산으로 거래하는 암시장이 생성됐다.

전영실 선임연구위원은 젊은 층의 마약류 범죄가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한 마약류 매수가 용이해지면서 마약류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책감 감소 ▲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젊은 층이 마약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호기심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전체 마약류 사범의 범행 동기는 중독 비율이 가장 높은데 비해 청소년의 경우는 호기심의 비율이 가장 높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마약이 강력 범죄라는 인식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층의 마약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약물예방교육 내실화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치료·재활 개선 ▲치료·재활 프로그램의 내실화 및 실효적 실시를 위한 모니터링  ▲관련 부처 간 연계·협력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등을 제시했다.

마약범죄, 단속만이 능사 아니다.. 중독 관리 등 사회 안전망 부

마약은 중독성이 강한 만큼 재범률도 높다. 지난해 마약에 다시 손을 댄 마약사범 수는 5916명으로 재범률이 36.6%에 달한다. 특히 필로폰을 포함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재범률은 39.8%로 마약(14.7%), 대마(37.8%)에 비해 높았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한국중독전문가협회 회장) | 에포크타임스

김영호 교수는 “재범률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이는 치료와 재활에 관련된 보건복지부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국가적 위기에 마약류 문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약사범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치료 지원이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 사업’을 통해 전국에 지정병원을 두고 마약류 중독자의 진료비를 보조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 사업에 할당된 올해 예산은 약 2억 6천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복지부에서 예산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함께 절반씩 예산을 부담하는데 인구가 1천만 명에 달하는 서울시의 경우 올해 6천만 원만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예산으로 배정했다.

치료보호의 경우 21개 전문 치료 병원 중 2곳(강남 을지병원, 울산 큰빛병원)은 2019년부터 지정 시설에서 해제됐으며 치료보호를 받은 마약사범은 지난해 280명으로 2017년(330명)에 비해 줄었다.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중 약 2.6%만이 중독 치료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예방 교육과 치료·재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동안 민간 위주로 운영되는 마약 중독 재활시설에 대해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중독자를 검거, 교도소에 수감하고 전국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 의료기관을 지정해 단속과 치료 정책에 의존해 왔으나, 현실에서 이런 치료·재활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 시스템에 포커스를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 인프라마저 부실한 상황이다. 마약사범 검거보다 재발 방지가 더욱 중요한데도 국가 차원의 재활치료 인프라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또 “마약 중독자 치료를 위해 주어진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병원이 마약 중독자를 진료하고도 치료비를 보전받지 못할까 봐 진료를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를 위한 예산 확충과 컨트롤타워 설치를 제안했다.

인식 전환 필요한데 관련 교육은 부재

이날 토론회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이 확산하는 만큼 단속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관련 교육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류 단속·격리는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잘하는 편에 속한다”면서도“누구나 마약 중독에 빠질 수 있고, 마약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질병이라는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 문제 공익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인 금연사업을 본떠 국가가 국민들을 상대로 마약이 범죄인 동시에 담배보다 심각한, 치료가 필요한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교육과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대부분의 학교가 마약에 대한 예방교육이 비교과과정으로 되어 있다”며 “이제는 정규 교과과정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선임연구원은 “청소년 대부분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도 없고, 막연히 마약이 나쁘다는 교육 이외에 구체적인 마약 교육을 받은 이가 거의 없다”며 “마약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