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LA서 中 비밀 해외 경찰서 추가 발견” 인권단체

앤드루 쏜브룩
2022년 12월 10일 오전 10:5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1

미 국무부 “매우 심각하게 우려…대응 준비 중”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해 중국이 전 세계 곳곳에 불법으로 세운 무허가 해외 경찰서 48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로써 중국은 전 세계 53개국에 걸쳐 최소 100곳 이상의 무허가 해외 경찰서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스페인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는 중국 공산당이 다른 국가들에서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이들을 전방위로 탄압하고 독자적인 치안 체계를 구축할 목적으로 해외 경찰서를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앞서 2016년부터 해외 경찰서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경찰서는 2018년에 설치됐다. 이렇게 설치된 해외 경찰서들은 중국 공안국 4곳에서 국가별로 권역을 나눠 관리했다.

중국의 무허가 해외 경찰서로 의심되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 편의점 | 연합뉴스

외부 탄압

중국 정부는 당초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운전면허증 및 비자 갱신 같은 일반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경찰서를 고안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표면적인 취지와는 달리, 이러한 해외 경찰서들은 중국 공산당 산하 선전 담당 조직인 통일전선공작부(UFWD)와 연계해 ‘정보 수집’, ‘반정부 운동 탄압’, ‘프로파간다 전파’, 나아가 ‘대외 영향력 확장’을 위한 기관으로 활동 중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반정부 성향 중국인 등을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하는 작전인 ‘여우사냥’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강조했다.

여우사냥 작전에는 단순한 위협에서부터 노골적인 무력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자국민의 충성심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감시망 자체가 중국 당국의 무기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같은 중국의 여우사냥 작전에 대해 각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허가받지 않은 치외법권을 행사하는 대규모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미국 내) 중국의 무허가 해외 경찰서를 조사하고 있다”고 청문회에서 언급했다. 또한 미 법무부는 미국 내에서 비공식 중국 공산당 요원으로 활동하는 인물들에 여러 혐의를 제기했다.

미국 외 다른 13개 국가에서도 중국의 해외 경찰서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외 활동

보고서에는 또 중국의 프랑스 파리 해외 경찰서에서 해외 거주 중국 국적자 강제 소환을 위해 최소 한 번 이상 직접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겼다. 약 80명이 이곳 경찰서의 관여로 중국에 강제 송환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 공안국은 이곳 권역에 공작원 135명을 고용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23만 명이 넘는 중국인 ‘도망자’들을 ‘자발적으로’ 중국 본토로 돌아가도록 ‘설득’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 남아있는 가족을 인질로 협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 FBI 국장은 중국 공산당 정보요원들이 미국 내에서 조직적으로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고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레이 국장은 “미국은 많은 사례를 수집했다”며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도 이를 논의 중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나라가 많다”고 귀띔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보고서를 발표한 이튿날인 이달 6일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기 위해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의 무허가 해외 경찰서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해온 문제”라며 “미국은 중국의 대외적 탄압에 대해 계속해서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중국 국경 밖으로 손을 뻗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개개인을 감시하고 위협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양 국가들은 이미 해외 경찰서 폐쇄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이달 초 자국 내 해외 경찰서에 폐쇄 명령을 내렸고, 캐나다는 중국 정부에 해외 경찰서를 중지 및 폐쇄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