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중국 우한폐렴 확진자 급증 분석…‘진단기준 변경’ 때문만일까

허젠(何堅)
2020년 02월 14일 오전 11:20 업데이트: 2020년 03월 10일 오후 7:00

13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중국에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하루 만에 무려 1만5천명 가까이 급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우한시가 위치한 후베이성 보건당국은 전날 하루 동안 확진자는 1만4840명, 사망자는 242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진단기준 변경”을 이유로 밝혔지만, 11일에 비해 무려 10배 폭증한 확진자 숫자를 놓고 그동안 실상을 은폐·축소해왔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우연의 일치일까. 마침 이날 문책성 인사도 단행됐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후베이성과 우한시 최고책임자들이 나란히 경질됐다.

후베이성 공산당 장차오량(蔣超良) 서기와 우한시 공산당 마궈창(馬國强) 서기가 물러나고, 후임에 각각 상하이의 임융 시장, 지난의 왕중린 시장이 임명됐다.

그런데 민심 수습을 위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날, 왜 하필 공교롭게도 ‘진단기준 변경’에 따른 환자 급증 발표가 이어졌을까.

우한시 신종 코로나 예방통제 지휘부에서 지난 10일 발표한 통지문. 2월 20일까지 병상 6만여개를 추가해 총 10만개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 웨이보 캡처

이에 대해서는 은폐해뒀던 환자 ‘재고’를 털고 가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후임자들이 전임자의 책임을 떠맡지 않으려고, 그동안 당국이 은폐한 우한폐렴 환자를 털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진단기준 변경한 게 감춰뒀던 환자수를 드러내기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국은 공산당의 정치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나라다.

감염자나 사망자 숫자 역시 방역과 ‘인민’, 세계인을 위한 정보공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정권 안위가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중국 당국의 통계 조작은 이미 경제분야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환자 수 급증을 설명하는 또 한 가지 ‘이론’이 있다. 바로 늘어난 병상의 숫자다.

‘우한시 신종 코로나 예방통제 지휘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통지문에서 우한시내 병상 숫자를 중증환자(지정병원) 1만2186개, 경증환자 1만1800개, 집중격리거점 1만3756개라고 밝혔다.

집중격리거점은 학교나 공연장 등에 임시로 병상을 설치하거나 컨테이너를 조립해 만든 팡창(方艙)병원을 가리킨다.

우한시 당국에서 건설 중인 팡창 병원 | CGTN 화면 캡처

이상 3종 병상을 모두 합치면 우한시내 병상은 지난 10일 기준 총 3만7742개다.

그런데 13일 ‘급증’한 확진자 1만4840명을 포함한 우한시내 총 누적 확진자는 모두 3만2994명이었다.

환자 수를 병상 수와 비교하면 약 87%라는 숫자가 나온다. 사실상 병상 ‘풀가동’에 육박하는 비율이다.

우한시 예방통제 지휘부는 오는 20일 전까지 병상 총 10만개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에서도 발 빠른 대처로 아슬아슬하게 병상수를 확보해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는 그림이 나오고 있다.

급증한 환자 수 1만5천명 역시 방역을 잘 하고 있다는 연출을 위해 짜 맞순 숫자라는 해석에도 무리 없이 들어맞는다.

이러한 추세라면 20일 전후로 후베이성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는 약 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확충되는 병상에 맞춰 확진자수를 ‘공개’한다는 가정하에서다.

다만, 실제로는 8만 명 선 정도가 될 전망이다. 팡창병원(컨테이너 조립병원) 건설과 의료진 확보 등의 제한으로 병상 수를 계획대로늘리기가 쉽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