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세계이식대회, 4년 뒤 한국서 개최

He Min
2016년 08월 26일 오후 2:38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후 11:18

이식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국제학술대회인 ‘2020년 세계이식학회 학술대회(TTS 2020)’의 서울 유치가 확정됐다고 한국관광공사가 23일 발표했다.

‘세계이식학회 학술대회’는 1966년 프랑스 파리 학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개최되고 있으며, 전 세계 100개국 5,000여 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식분야 학술대회다. 한국은 지난 23일 막을 내린 홍콩 대회 이후 201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이어 차차기 대회인 2020년 대회 개최를 맡게 됐다.

의혹 무성했던 홍콩 대회

국내 NGO단체인 국제장기이식윤리협회(IAEOT)는 홍콩 대회에서 빚어졌던 논란이 한국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이식학회 홍콩 대회는 대회 시작 전부터 중국의 양심수 장기 사용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일 뉴욕에 본부를 둔 ‘파룬궁박해추적조사 국제기구(WOIPFG)’는 홍콩 대회에 참석하는 황제푸(黃潔夫), 정수썬(鄭樹森), 스빙이(石炳毅) 등 53명의 중국 의사들이 파룬궁수련자들의 강제 장기적출에 가담한 혐의로 추적조사를 받고 있다며 그 명단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도 18일 뒤를 이어, 중국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여전히 양심수들의 장기를 무단으로 사용해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부 의사들과 윤리학자들이 홍콩 대회 보이콧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TTS 지도부 물밑 거래 의혹

논란은 대회 중에도 계속됐다. 본사 17일 보도에서 밝혔듯이 세계이식학회의 핵심 지도부 두 명이 장기간에 걸쳐 중국 장기이식센터와 물밑 거래를 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독일 독립연구원 안 슈바르츠는 세계이식학회의 전현직 회장들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양심수들의 장기를 적출해 대량학살 혐의를 받는 중국 정부와 수년 간 물밑 거래를 해왔다고 폭로했다.

호주 시드니 웨스트미드 병원의 제레미 채프먼 박사와 필립 오코널 박사는 각각 세계이식학회의 전 학회장(2008~2010)과 현 학회장(2014~)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 이용당한 대회

뉴욕타임스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영 언론은 홍콩 대회가 열리자 일제히 국제 사회가 중국의 장기 이식 체계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윤리적 문제로 국제 사회에서 배제됐던 중국 이식학계가 복귀한 홍콩 대회가 중국 당국의 선전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순간이다.

논란이 커지자 필립 오코넬 회장은 진화에 나섰다. 오코넬 회장은 19일 기자들을 만나, 자신이 18일 세션에서 중국인 발표자들에게 ‘수 십년간 사형수들의 장기를 사용한 중국의 관행은 나머지 세계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그는 또 현장 중국 의사들에게 “국제 사회는 중국인들이 과거에 고수했던 관행에 질겁한다는 것을 당신들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다음 날인 19일에도 “그들(중국 정부)이 혼잣말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TTS가 중국의 장기이식시스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한국, 최대 불법 원정이식국 오명 씻어야

지난 6월 22일, 국제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와 캐나다 전 국무지원장관 데이비드 킬고어가 국제 탐사 저널리스트 에단 구트만과 발표한 보고서(ChinaOrganHarvest.org)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의 불법 장기이식 산업의 최대 고객으로 지목됐다.

한국에서는 매년 상당수의 환자가 중국 병원에서 양심수의 장기로 추정되는 장기를 불법으로 이식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병원측은 한국인 환자를 위한 전용 병동 및 호텔을 빌려 전용 대기실을 만드는 등 한국 고객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또 최근 국내 언론 및 외신 보도에서 한국인 의사가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직접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 선진국에서 중국인 의사와 학술 교류를 중단한 것과는 달리, 한국은 여전히 중국 이식 의학계 및 병원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인 의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제장기이식윤리협회 이승원 회장은 “국제 사회는 한국이 중국의 불법 이식 수술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하고, “2020년 대회 이전에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검증을 요구할 것이 명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