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에 언론인…러시아, 중국 엇갈린 반응

한동훈
2021년 10월 10일 오후 6:11 업데이트: 2021년 10월 10일 오후 6:32

러시아 크렘린궁은 축하 논평…中 관영매체는 수상 이유 안 밝혀

올해 노벨평화상이 독재정권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필리핀과 러시아의 두 언론인에게 돌아간 가운데, 같은 독재정권의 사뭇 다른 반응이 포착됐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와 필리핀의 독재정권에 맞선 두 언론인 마리아 레사(58·필리핀)와 드미트리 무라토프(60·러시아)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레사는 필리핀의 탐사보도 미디어 ‘래플러’를 설립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추적해왔다. 래플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으로 2만명 이상을 죽게 했다고 보도하는 등 비판적 논조를 이어왔다.

무라토프는 러시아의 주요 반체제 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이다. 이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 체첸 전쟁 중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보도하며 러시아 정부에 맞서왔다. 이 과정에서 소속 기자 6명이 독극물 중독, 괴한의 총격 등으로 숨졌다.

노벨위원회는 “자유와 독립, 팩트(사실)에 기초한 보도는 권력남용과 거짓말,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며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갈수록 불리해지는 세상에서 그들(두 수상자)은 모든 기자들의 대표”라고 추켜세웠다.

러시아 크렘린궁, 무라토프 수상에 축하

무라토프는 푸틴 대통령의 비리를 들춰내 왔지만, 크렘린궁은 무라토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무라토프는 자신의 이상에 따라 집요하게 일하며, 헌신적이고 재능 있고 용감하다”며 무라토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두 사람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들이 어떤 공로를 인정받았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환구시보 등 다른 중국 매체들도 신화통신 기사를 전재할 뿐 수상 이유를 자세히 전하지 않았다.

이는 작년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2200자 분량으로 중국 공산당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악화된 전 세계 식량불안 상황과 WFP의 활약상을 자세히 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