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육부 “중국 대학과 연구 협력, 기술유출 우려”

한동훈
2022년 06월 3일 오후 3:52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52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이 중국과의 대학 간 협력관계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대학들이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데 텔레그라프 등 현지 매체는 로베르드 디크그라프 교육문화과학부 장관이 독립 탐사보도 매체 ‘팔로우 더 머니'(FTM)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대학과의 연구개발 협력은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중국 대학 등 교육기관과의 협력이 순수한 학문 발전이 아니라 중국으로의 기술과 정보유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네덜란드 기술이 중국 공산당의 내부 반대 세력 감시·추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FTM의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대학들이 수행한 연구 프로젝트 중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최소 400건이 중국군과 깊게 연루된 ‘위험’ 등급의 중국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 첨단 분야가 포함됐다.

네덜란드 교육부는 그동안 국제적 연구 협력을 장려해왔으나, 올해 초 자국 대학과 기업을 위한 ‘지식 보안 데스크’를 개설했다. 기술 유출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에는 국제 협력의 장점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과거의 AI, 유전공학 등은 이론적 측면이 강했지만, 현재는 기술이 발전해 직접 실전 응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최대 공학대학인 델프트 공대(TU Delft) 대변인은 FTM에 “우리 대학은 2015년부터 위험성이 큰 중국 대학과 로봇공학, 항공우주,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연구개발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대학 측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2019년부터 이와 관련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사와 대응에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발표된 (중국 대학과 협력한) 연구 결과들은 5년 전에 결정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델프트 공대는 현재 학교 소속 연구자들에게 중국의 사립대를 포함한 중국 내 여러 연구기관에 대한 추적 솔루션을 제공해, 해당 대학·연구소가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FTM은 유럽 언론사 10곳과 공동으로 ‘중국과학조사'(China Science Investigation)라는 탐사보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프로젝트 웹사이트).

이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중국 대학들이 유럽 대학과 총 2994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무기 기술, 무인기(드론),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 중요 분야들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