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금 돌려줘” 새해 첫날에 재등장한 中 백지시위

차이나뉴스팀
2023년 01월 4일 오전 10:09 업데이트: 2023년 01월 4일 오전 10:09

2023년 첫 날, 중국에서 ‘백지시위’가 다시 나타났다. 허난(河南)성 촌진(村鎮)은행 예금주들이 손에 백지를 들고 “내 예금 돌려달라”고 외치며 고속도로를 따라 행진하는 영상이 동영상 플랫폼 ‘간징월드(GanJing World·乾淨世界)’에 올라왔다.

촌진은행은 금융기관 및 비금융 기관 또는 개인이 출자한 은행으로, 농촌 지역에 설립돼 주로 현지 농민이 이용하는 은행이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예금주들이 찬바람을 무릅쓰고 허난성 성도 정저우(鄭州)로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 50만 위안 이상의 예금주들은 건강코드가 당국에 의해 옐로코드로 바뀌어 기차, 자동차, 비행기, 자가용 등으로 이동하면 빅데이터 감시에 걸린다. 그래서 그들은 도보로 정저우 성정부에 가서 권익을 수호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허난성 촌진은행 4곳이 동시에 예고 없이 예금을 동결해 예금주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7월 10일 허난성 정저우 인민은행 앞에 약 3000명의 예금주가 모여 촌진은행의 예금 동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현장을 덮치고 무차별 폭력을 가해 시위를 진압했다.

2022년 7월 10일, 약 3000명의 예금주들이 허난성 정저우 인민은행 앞에서 지방은행의 예금 동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영상캡처

이 사태로 예금이 동결된 예금주가 40만 명에 이르고, 관련 금액은 수백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주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당국은 공적자금으로 나누어서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의 통보에 따르면 2022년 8월 11일 저녁까지 4차례에 걸쳐 촌진은행 예금주 43만6000가구에 180억4000만 위안을 지불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불했다는 자금을 받지 못한 예금주도 있고, 원금만 받고 이자는 떼인 예금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놀랍게도 이들은 새해 첫날 다시 사유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손에 ‘허난 촌진은행 예금은 인출할 수 없다’ ‘억울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백지를 들고 행진했다.

이런 항의 형식은 얼마 전 중국 전역에서 일어난 ‘백지혁명’을 연상케 했다. 트위터에는 “‘백지혁명’이 중국 공산당도 힘에 밀릴 때가 있고 그럴 땐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는 평이 올라왔다. 앞으로 이런 집단적 저항 운동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백지혁명’은 중국 공산당 당국의 코로나 봉쇄에 대한 민중의 분노에서 비롯됐다. 2022년 11월, 중국 전역에서 민중들이 백지를 들고 중국 당국의 극단적인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를 벌였고 “공산당은 물러가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시위 방식은 해외에까지 확산돼 많은 국가의 중국인과 중국 유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공산당은 물러가라” “공산당을 타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내 위기가 해소되지 않아 백지혁명 같은 항쟁이 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문제 전문가이자 역사학자인 장톈량 박사는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백지혁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사람들은 이런 형식으로 각종 부당한 대우에 항의할 것이다. 조직과 리더가 없는 이런 항쟁이 더 오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 공산당의 탄압은 집중된 항의에 유리하지만 전국적으로 분산된 이런 항쟁에는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백지혁명이 이미 중국 공산당에 조종을 울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