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굴로 들어와!” 호주 산불에 다른 동물친구들 도와준 ‘천사’가 나타났다

황효정
2020년 01월 18일 오전 10:5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27

호주 초대형 산불 때문에 희생된 동물이 최소 10억 마리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자기 땅굴을 다른 동물들과 공유하는 사랑스러운 영웅이 등장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영국 온라인 미디어 UNILAD는 최근 산불 위기를 겪은 호주 시민들의 SNS를 통해 호주 웜뱃의 따뜻한 일화가 전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웜뱃(Wombat)은 코알라, 캥거루와 함께 호주 지역에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초롱초롱한 눈에 동글동글한 코와 커다란 곰 인형 같은 푹신한 몸이 특징이다.

픽사베이

평소 땅굴을 파 집으로 삼고 살며, 초식동물이다. 야생동물답지 않게 온순하며 사람을 잘 따른다고 알려졌다.

얼마나 심성이 착하고 고운 친구냐면, 산불이 발생하자 도망치는 다른 야생 동물들을 자기 땅굴로 안내해 피신처로 제공했다는 사실.

“친구들아, 어서 내 땅굴로 들어와! 나랑 같이 숨자!”

웜뱃의 땅굴을 관찰한 영상 / 호주 멜버른대 유튜브 채널

보도에 따르면, 생태학자들은 대형 재해가 닥친 상황에서 웜뱃이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의 굴에 다른 동물이 들어와 지내도 개의치 않아 했다고 기록했다.

또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자기 땅굴로 안내하는 양치기 행동(shepherding)을 보이기도 했다고.

덕분에 산불에 쫓긴 동물들이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웜뱃의 땅굴로 몸을 피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웜뱃의 이타적인 행동이 알려지면서 호주인들 사이에서는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다만 워낙 규모가 컸던 이번 산불 사태에서 웜뱃의 굴이 피난처가 된 사례가 관찰됐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생물학자 마이클 클락은 “(이번 화재가 아닌) 과거에 있었던 화재사건 당시 왈라비 등 다른 야생동물이 웜뱃 굴에서 불을 피하는 행동을 발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