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카드를 쓰며 대담하게 ‘포인트까지 적립한 ‘범인’을 잡았습니다”

이서현
2019년 09월 9일 오후 5:1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23

다들 어딘가 굴러다니는 신용카드 한 장쯤 있을 것이다. 만들기는 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그러다 잃어버려도 그 사실조차 모르는.

최근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잃어버린 카드의 사용내역 문자를 받고 추격전에 나서 범인을 잡은 경험을 털어놨다.

2019년 6월 19일, A씨는 까맣게 잊고 있던 체크카드의 사용 내역 문자를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나에게 이런 카드가 있나 싶었지만 분명 본인 명의였다. 사용금액은 천원. 사용처는 아파트 이름으로 찍혀있었다.

카드의 존재조차 희미했던 터라 분실신고를 한 적은 없다. 소액이라 ‘이 정도야’ 싶은 생각에 금세 잊고 지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그 카드의 사용내역 문자가 또 날라왔다. 이번에는 2만 3천 원가량이 결제됐다.

그는 녀석이 천원을 미리 긁어보고 별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 이제 본격적으로 사용하려나 보다 생각했다.

연합뉴스

너무 괘씸했다. 녀석을 그냥 둘 수 없어 112에 전화를 걸었고 소액이지만 꽤심해서 꼭 잡아야겠다고 말했다.

경찰도 흔쾌히 출동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찰을 대동하고 카드의 마지막 사용처인 마트에 입성했다.

직원에게 문자를 받은 시간을 알려주며 이때 분실된 자기 카드를 누가 사용한 것 같다고 알렸다. 직원은 자료를 찾아보더니 “이분 회원 적립하셨는데요”라고 했다.

그 와중에 적립까지 하다니 안 그래도 괘씸한데 더 괘씸해졌다. 잡히기만 해봐라 싶은 그 순간 직원은 “이분 이름이 땡땡땡으로 나오네요”라며 알려줬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 순간 그는 귀를 의심했다. 그건 그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엄마의 이름이었다.

CCTV를 조회하겠다는 경찰에게 “잠시만요!”를 외친 그는 다급하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로 확인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2016년 입대를 한 그는 사용중이던 모든 카드를 엄마에게 맡겼고 이후 나라사랑 카드를 쓰며 이전 카드의 존재는 잊었다.

지갑에 그의 카드를 가지고 다니던 엄마가 딱 2번 자신의 카드와 비슷했던 아들의 카드를 헷갈려서 사용했던 것.

그는 마지막으로 “경찰서에 전화 걸면서 ‘이 새끼 잡히면 죽었어’ 했는데.. 엄마 새끼가 이 새끼라 해서 미안해”라고 적었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명절에 안줏거리 하나 생겼네요” “어머니 천원으로는 뭐 하셨을까” “통쾌하게 범인잡는 얘기인줄 알았더니 ㅋㅋ” 라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