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은 자’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다, 그리스 예술과 불상

류시화
2023년 03월 24일 오후 6:42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7

석가모니의 고대 신자들이 처음으로 ‘깨달은 자’, 즉 ‘부처’를 시각적 형태로 표현했을 때, 그들은 그리스 예술을 참고해 동상을 제작했습니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를 잇는 대제국을 건설하며 그리스의 예술 양식을 인도반도까지 전파했고 그 영향이 부처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불교문화가 번성했던 고대 간다라 지역의 사람들은 그리스 조각의 자연주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한 단계 발전해 그리스 문화에서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파토스(페이소스), 즉 연민과 애수를 동상에 부여했습니다.

도쿄 국립 박물관이 소장 중인 이 조각상은 최초의 부처상 중 하나입니다. 이 조각상은 커다란 후광을 배경으로 꽃받침 위에 우아하게 서 있습니다. 옷자락은 얇은 베일처럼 물결치며, 얇은 옷자락에 몸의 윤곽이 미묘하게 비쳐 보입니다.

인자하면서도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부처상은 머리카락, 얼굴의 이목구비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조각상에 사용된 기법들은 그리스 예술의 파생적인 형태에 불과해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시대에 그리스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근육의 비율, 역동성 등이 눈부시게 표현되어 있기에 어쩌면 간다라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비교적 초라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간다라의 예술가들은 다른 시각으로 예술에 접근했습니다. 정면을 바라보는 정적인 얼굴과 몸은 그저 한 겹의 껍질일 뿐, 그 내면의 초월적인 정신력을 이상화된 얼굴과 표정을 통해 묘사했습니다.

그의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습니다. 비록 인간의 극적이고 격변하는 감정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세속적 가치에 구애받지 않고 깨달음을 얻은 이들에게서 보이는 평화, 연민, 정직함과 확신이 그에게서 느껴집니다.

그리스 예술과 동양의 길

기원전 480년, 고대 그리스에서 조각이 처음으로 성숙기에 도달했을 때 예술가들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집트 신들과 파라오의 조각 형태에서 영향을 받은 그리스 예술가들은 인체 해부학과 사람이 자세를 잡을 때 미묘하게 변화하는 근육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 예술의 수준을 고도의 자연주의로 끌어올렸습니다.

기원전 5세기의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이상화된 수학적 비율과 균형에 대해 규범을 확립해 우아하고 사실적인 조각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만든 작품들에는 각 근육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으면서도 안정된 상태로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인체의 구조와 원리를 완벽히 이해해 실제 사람을 보는 듯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을 통일하고 대륙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그리스 예술을 타지역에 전파하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그리스의 예술적 이상은 바뀌게 되었습니다.

간다라의 예술

간다라의 예술가들은 감정과 육체를 묘사하는 데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평온함과 바름, 정직함을 형태적인 요소로 표현해 부처의 내면 정신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묘사해냈습니다.

기원전 6세기 중반에서 4세기 중반 사이에 인도 북부에 살았던 석가모니는 욕망과 고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세속적 소유물에 대한 욕망을 버렸습니다. 그는 인간 삶의 변화는 자신의 과거 행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이 환생하는 이유와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이 먼저 의로운 행동을 실천하고 마음을 함양해 고통을 극복하는 길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석가모니를 추종하는 많은 이들은 산스크리트어로 ‘붓다(Buddha)’, 즉 깨달은 자(부처)라는 칭호를 그에게 붙였습니다.

그가 가르친 영적 발전이 ‘불교’로 불리게 되었고, 이는 실크로드를 따라 이란과 일본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실크로드 한가운데 위치한 간다라 지역은 이후 불교 황제 치하에서 번성해 거의 6세기 동안 종교 및 상업의 주요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 예술의 변화

그리스 문화와 동양의 문화가 만나 만들어진 헬레니즘 문화는 많은 불상과 예술작품에서 그 정수를 뽐냅니다. 불교의 정신적인 측면이 그리스의 예술과 만나 거대한 연민의 형상을 탄생시켰습니다.

육체적이고 현실적인 쾌락과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가치와 내면을 돌아보는 정신을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주게 된 간다라 지역의 문화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커다란 감동과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