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허브 “中 당국, 파룬궁 관련 기사 삭제 요청 메일”

윤건우
2020년 09월 23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후 5:53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가 중국 공산당의 검열 협력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깃허브는 지난해 9월 중국 국가안전부가 “자체 심사를 진행해 중국의 검열에 협력해달라”며 깃허브에서 에포크타임스와 NTD의 뉴스 링크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한 이메일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이 깃허브를 차단하는 대신 ‘검열 협력’을 요청한 것은 깃허브가 보유한 방대한 자료가 중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도 꼭 필요해 중공 당국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중국 네티즌들은 깃허브를 당국의 검열을 피해 자료를 보관하고 공유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2003년 중국에서의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 발생을 세계 최초로 보도했으며 이번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도 중공이 검열하는 뉴스들을 과감하게 보도해왔다.

NTD는 에포크타임스 계열사인 글로벌 위성 채널이다. 중국에서도 위성 안테나만 달면 수신할 수 있다.

이번 메일에서 중국 당국이 깃허브에 검열을 요청한 뉴스는 에포크타임스와 NTD의 ‘파룬궁’ 관련 뉴스다.

1990년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기공문파인 파룬궁은 1999년 말 금지됐고 이후 20년째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깃허브에 보낸 메일에서 “이 같은 조치가 귀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다면 최소한 중국 IP 주소 사용자가 첨부된 링크(에포크타임스 뉴스)에 들어 있는 파룬궁 정보만이라도 볼 수 없게 해달라”고 했다.

전체 검열이 안 된다면 중국 쪽에서의 접속만이라도 막아달라는 의미다.

중국 당국이 에포크타임스 뉴스와 파룬궁에 대한 진실 보도가 중국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깃허브가 중국에게서 정보 삭제 요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중국 사이버안전협회로부터 중공 지도층을 비방하는 ‘자오쟈런(趙家人)’ 명단 프로젝트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깃허브는 중국 정부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오쟈런은 ‘조씨 집안 사람’이라는 뜻으로 현재 중국에서는 특권 계층을 가리키는 은어로 쓰인다.

자오쟈런 명단 프로젝트는 지난 2016년 2월 한 네티즌이 깃허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중국 공산당 특권층 명단을 폭로하는 내용으로 약 130여 가족 7백여 명의 정보가 수집됐다.

중국 당국은 깃허브 통제가 안 되자 중국에서 깃허브에 접속한 사람들을 찾아가 ‘현실 공간’에서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우한의 봉쇄가 끝나자 우한에 대한 기록을 담은 깃허브 저장소인 #2020nCovMemory가 사라졌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현재 페이지가 삭제된 상태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개설자가 당국의 추적과 보복을 우려해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우한 폐렴 발생을 최초로 알린 의사 아이펀(艾芬) 인터뷰 등이 실린 ‘Terminus2049’에 글을 올린 한 중국인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이 받은 경찰의 통지문에는 깃허브 저장소와 관련해 체포됐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중국인 깃허브 이용자 쩡웨이레이는 “대체 언제부터 개인이 기록물을 남기는 것이 정부에 저항하는 행위가 됐나”고 항의했다.

그는 “우리 모두 중국 공산당의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언제 그들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감시사회에 속한 시민의 비애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