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교수 “2022년 대선 결정적 변수는 연대”

이윤정
2022년 01월 20일 오후 10:35 업데이트: 2022년 01월 20일 오후 11:04

한국 정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해야
대통령은 최고통치권자에서 최고소통자로
우리 사회가 처한 복합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

“2022년 대통령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변수는 ‘연대’이다.”

2022년 1월 20일, 위공(爲公) 박세일(1948~2017) (재)한반도선진화재단 설립 이사장  5주기 추모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형준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정치학) 교수는 ‘2022 대선 전망’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공정을 넘어 공동체자유주의(共同體自由主義)가 2022년 시대정신이다”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이 정의한 ‘시대정신(Zeitgeist)’은 ‘특정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에 공통되는 정신적 태도·양식·이념’ 또는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으로 규정된다. 현실 정치에서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실현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김형준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 연합뉴스

이러한 시대정신을 두고 김 교수는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사상으로 공동체자유주의를 제시했다. 그 이유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근거 자료로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의 1월 1주 차 여론조사 결과를 들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한국의 국정 방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29%를 기록한 긍정적 응답의 2배다. 김 교수는 18~29세, 30세 젊은층의 긍정적 답변은 각각 18%, 26%에 불과하다는 것에도 주목했다. 그는 젊은 세대의 부정적 응답 비율이 높은 원인에 대해 “부동산 가격 폭등, 입법 독주, 코로나19 방역,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근원적인 요인은 현 정부의 잘못된 인식과 낡은 이념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김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나라는 진보와 보수로 두 동강이 났고 친문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체자유주의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새로운 이념

김 교수는 이런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자유주의는 대한민국의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새로운 이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서의 공동체자유주의에 대해 “국가조직 내지 운영 원리, 정책 결정의 원리로서 개인의 존엄과 자유의 확대를 기본으로 하되 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될 불평등과 소외계층의 문제를 공동체주의를 통해 보완하려는 새로운 한국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 정치가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 면에서 일정 수준에 올랐지만,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 상호 관용, 제도적 자제 등은 실종됐고 극단과 배제의 정치가 주를 이루었음을 지적하며 이런 대결 정치 속에서 여당은 철저히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무력화됐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치중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주의 3.0시대
3P 정치에서 3C 정치로 나아가야

그는 ‘민주주의 3.0 시대’는 합의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하며, 그동안 한국 정치가 힘(Power)으로만 밀어붙이고 진보와 보수 간의 양극단(Polarization)의 대결에 매몰되고 포퓰리즘(Populism)에 의존하는 이른바 ‘3P 정치’였다면 민주주의 3.0 시대에는 타협(Compromise), 협조(Co-operation), 합의(Consensus) 등 ‘3C 정치’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입각한 변혁적(transformational)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교수는 새로운 정부의 최대 국정 과제는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뉴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뉴거버넌스의 시작은 정권교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대정신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보수 정치 세력의 정권 교체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대선의 마지막 결정적 변수는 연대
공동정부 구성 방식으로 단일화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예측 가능한 마지막 결정적 변수를 ‘연대’라고 지목했다. 1997년, 2002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며 만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1997년 모델과 2002년 모델을 결합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12년 안철수 후보 사퇴처럼 어느 한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화 전에 공동정부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한 다음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식이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진보와 보수 이념 차이를 극복하고 후보 단일화와 집권 후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는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 연합뉴스

김 교수는 “거대 정당 후보들이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경우 연대를 하든 단일화를 하든 제3지대 후보를 품는 세력이 승리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연정을 주장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국민의힘은 중도 확장성을 가진 안철수 후보와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설 이후 민심의 향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현재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굉장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양상에도 주목했다. 김 교수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가 얻었던 득표율 21.4%를 언급하며 당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이 다시 돌아오는 현상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안 후보가 상대적으로 비호감도가 낮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이 난무하는 속에서 국민연금 개혁 등 미래지향적 어젠더를 제시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교수는 “이제 국민의 관심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서 어떤 자질을 갖춘 대통령을 뽑아야 하느냐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공공성 원칙에 충실할 것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구현할 것 △시대정신을 담아낼 것 △사회 변화를 가져 올 변혁적 리더십을 갖출 것 △4차 산업 혁명 선도 국가의 길을 닦을 수 있는 통찰력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식견을 갖출 것 등 5가지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法治)를 추구하며 사익(私益)보단 국익(國益)을 우선시하고 국회, 야당을 존중하는 민주적 소양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최고통치권자에서 최고소통자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최고통치권자를 뜻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에서 최고소통자의 상징인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로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레이건과 오바마의 예를 들며 두 대통령은 여소야대라는 어려운 통치 환경이었지만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이를 극복한 점을 사례로 제시했다. 레이건은 공식 집무 시간 중 70%를 야당 인사를 만나는 데 할애했으며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한 달 평균 1.7회씩 국민이나 언론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故)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위대한 소통가(the Great Communicator)’라는 별칭처럼 대화와 타협으로 상대방을 설득 시켰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형준 교수는 현 야당이 집권할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 놓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속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무총리·국무위원 지명 등 인사 문제, 국정과제 추진에서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야당과 협치(協治)는 불가피하며 공정, 분권, 협치를 기조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전이 없는 지도자는 공허하며 결코 미래를 혁신할 수 없다”며 변혁적 리더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 예로는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들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처한 복합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하다”며 대선 후보들을 향해 “비전 없이 미래 없고, 수양(修養) 없이 경세(經世) 없다는 각오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국민을 위하는 위민(爲民), 국민과 함께하는 여민(與民) 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문했다.

김형준 교수는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거쳐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계량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정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선거학회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