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교수 “극한 대립에 매몰된 한국 정치…품격이 필요하다”

이윤정
2023년 03월 3일 오후 7:22 업데이트: 2023년 03월 3일 오후 7:35

가치에 기반한 리더십 절실
정당, 원내 중심으로…공천제도 바꿔야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은 거버넌스 차이 때문

“한국 정치를 살리고, 품격 있는 정치를 담보하기 위해선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3.0 시대에는 타협(Compromise)·협조(Co-operation)·합의(Consensus) 등 ‘3C 정치’가 중심이 돼야 한다.”

(재)한반도선진화재단이 3월 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공동체자유주의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가 ‘품격 있는 대한민국 정치 과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한선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불과 0.73%p(24만 표) 차이로 승리한 것을 인용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 그리고 상식이 회복된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여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가 아닌 인민 민주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의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적 민주주의‘를 극복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 가치로 삼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적 다원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근간인 삼권분립, 법의 지배, 언론의 독립, 소수에 대한 존중 등을 복원시킨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정치 재편성의 신호탄’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후 민주당이 ‘3無정치(승복은 없고 투쟁만 있다. 민생은 없고 방탄만 있다. 당내 민주주의는 없고 이재명 사당화만 있다)’에 매몰되면서 정치는 퇴보를 넘어 저질화에 빠져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사이에서 국정 운영의 내용과 구성 체계를 놓고 격렬한 ‘거버넌스 시프트’가 일어나는 중이다. 문 정부의 국정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였지만, 윤 정부의 그것은 ‘전문가와 시장을 중시하는 국가 지원’ 체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거버넌스의 차이를 여야 간의 극단적 대립과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짚었다. 김 교수는 “대선에서 최소 득표수 차이로 패배한 민주당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도취해 현실에 안주하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 보복, 야당 탄압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맹목적 강성 지지층인 악성 팬덤에만 의존하면서 여당과의 대화·타협이 실종되고 극한 대립의 정치가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 | 연합뉴스

가치에 기반한 리더십

김 교수는 품격 있는 정치가 되려면 우선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가 가치에 기반을 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지향하는 자유의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을 통해 다양한 정보 채널을 확보해 정보 왜곡을 막아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효능감을 갖고 자신의 결정을 설득하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는 만기친람의 자세보다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민주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핵심 세력 간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자유에 기반한 시장경제 체제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선 민주주의 규범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

정부의 역할로는 ‘보호적 기능’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경제체제의 기본 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우리 사회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면서 “이런 소명이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장경제의 틀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사유재산권 확립 ▲교환 및 거래 보장 ▲경쟁적 시장체계 구축 ▲효율적 자본시장 구축 ▲통화 가치 안정 ▲효율적이고 공평한 세제 구축 ▲대외 개방과 자유무역 창달 등을 꼽았다.

복합위기에 처한 정당…3C 정치 필요

김 교수는 “한국 정당은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정당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정당의 현실에 대해 “국민을 대표해서 민의를 수렴하고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건 거의 없고, 오직 정치 엘리트 사이에서 어떻게 권력을 쟁취하고 공직과 공천을 획득할 수 있느냐 하는 당권 투쟁이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가치에 기반한 정당들이 치열하게 정책 경쟁할 때만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민주주의가 상호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국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힘(Power)으로만 밀어붙이고 진보와 보수 간의 양극단(Polarization)의 대결에 매몰되며 포퓰리즘(Populism)에 의존하는 이른바 ‘3P 정치’였다면 민주주의 3.0 시대에는 타협(Compromise)·협조(Co-operation)·합의(Consensus) 등 ‘3C 정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치를 살리고, 품격 있는 정치를 담보하기 위해선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그 출발점은 원내 중심 정당 체제를 구축하고 공천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