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 사의 표명… 행안부는 경찰 통제 방안 추진

최창근
2022년 06월 27일 오후 5:20 업데이트: 2022년 06월 27일 오후 6:02

6월 27일 오전 12시,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지휘 통제·관리를 위한 행정안전부 내부 조직 ‘(가칭) 경찰국’ 조직 신설 및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발표 2시간 전 일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 열린 기자회견에서 “먼저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국민을 위한 경찰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심 어린 열정을 보여준 경찰 동료들께도 깊은 감사와 함께 그러한 염원에 끝까지 부응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창룡 청장은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으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경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인정받을 정도로 발전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청사. | 연합뉴스.

이는 행정안전부 내에 법무부 검찰국 조직과 유사한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 규칙을 제정하여 경찰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앞서 행정안전부 장관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6월 21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신설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행정안전부부 장관에게 경찰 고위직 징계 요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7월 23일, 2년 임기 종료 한 달여를 앞둔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임은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 6월 21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및 관리 방안 추진이 발표되자 김창룡 청장은 반발하며 용퇴를 고민해왔다. 경찰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임기를 지키고 끝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는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경찰 안팎으로 비판이 커지자 결국 용퇴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김창룡 청장의 전격 사임의 또 다른 배경은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이다. 6월 21일, 경찰은 치안감 28명 보직 인사를 발표했다 2시간 후 7명이 바뀐 인사 명단을 수정 발표했다. 이를 두고서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추천한 인사를 보직한 것”이라며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기에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수도 있다.”고 경찰을 질타했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일반 공무윈 3급, 군 준장 해당) 이상 경찰 고위 간부 승진·전보는 대통령 권한이다.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른바 친문(親文·친 문재인) 라인 경찰 간부로 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동향(同鄕)인 경남 출신으로 경찰대 4기 졸업·임관 후 경정 시절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산하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당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2006년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후 부산지방경찰청 외사과장, 충남지방경찰청 연기경찰서장, 경찰청 정보국 정보1과장,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을 거쳐 2014년 경무관으로 승진했고 주미국대사관 주재관(경무관)으로 부임했다.

김창룡 청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17년 12월,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치안감)으로 승진했고 2018년 12월 경남지방경찰청장(치안감)으로 전보됐다. 7개월 후인 2019년 7월 부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고 11개월 만에 다시 치안총감으로 승진하여 2020년 7월 경찰총수 자리에 올랐다.

김창룡 청장의 반발에도 행정안전부는 경찰 통제 방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6월 27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국민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신설과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제정 및 인사 절차의 투명화를 조속히 추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은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의 소속 외청 통제 규칙과 유사한 수준으로 마련될 방침이다. 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청장 징계요구권 부여와 관련해서는 우선 입법화를 위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 장관 자문기구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6월 21일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민 장관은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 임무 수행 역량 강화 등을 위하여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키로 했다.”며 “행정안전부마저 경찰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행정안전부의 직무유기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장관의 공식 발표에 따라 경찰 지휘‧감독을 목적으로 한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은 행정안전부 내부 조직으로 설치된다. 내무부(행정안전부의 전신) 치안본부가 1991년 내무부 외청(外廳)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이 신설되는 것이다. 경찰청 독립 시 내무부 치안국 설치가 논의됐지만, 공식 직제에 없는 ‘치안정책관’을 경찰청에서 파견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상민 장관은 “역대 정부에서 경찰을 지휘‧감독한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와 함께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급격하게 확대돼 경찰 관리 체계 개편과 수사 역량 강화 등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에선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지휘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해 외청인 경찰청을 지휘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1년 만의 경찰국 부활’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1991년 내무부 조직과 신설될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은 규모‧역할‧권한 등 면에서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행정안전부 내국(內局) 형태의 경찰국은 7월 15일까지 최종안을 도출하여 관련 규정 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경찰국은 법무부 검찰국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