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 방문’ 전문가가 놀란 진짜 이유

리무양(李沐陽)
2018년 04월 4일 오후 8:2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년여 만에 베이징의 초청을 받고 4일간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국제 정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악의 축으로 불리던 불량국가의 지도자가 단번에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은밀히 진행된 이번 회담은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은 없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보여주려 한 것 같으나 아직 북중 관계의 정상화를 말할 수는 없다. 단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중국과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한 북한 양국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져 성사됐을 뿐이다.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과 김씨 정권이 맺어온 관계는 역사적으로 다소 독특하게 발전해왔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중공은 소련의 지지를 등에 업고 중국대륙에서 정권을 탈취한 뒤 한동안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다. 이때 김일성이 스탈린과 결탁해 한반도 전쟁을 발발한 것이 중공에는 자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도 중공은 지금도 이를 ‘항미원조(抗美援朝)’라고 선전한다.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은 수십만 군인을 한국전에 참전시킨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처음에 스탈린은 마오쩌둥에게 소련군이 공중에서 엄호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막상 중국이 참전하자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군은 유엔연합군의 무차별적인 공중폭격에 노출돼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도 공중폭격으로 사망했다. ‘태자’ 신분인 마오안잉은 군 규율을 무시하고 대낮에 불을 피워 계란볶음밥을 해 먹다가 유엔군의 전투기에 발각돼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 전쟁은 수십만 중국 장병의 목숨을 앗아갔다. 1961년, 중국과 북한은 <중-북 우호협력 및 상호 원조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흔히 말하는 ‘혈맹’이 됐다.

한국 전쟁이 휴전된 후 김일성이 평양의 친공파(親共派)를 숙청하자 살아남은 고위 간부들은 중국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도 이 역사는 중공과 그 지지자에게 말하기 힘든 상처로 남아 있다. 인민일보는 최근에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VOA는 70여 년간 북한이 중공을 이용하면서도 적대시하고 경계했다는 것이 많은 정치평론가의 평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역시 권력을 장악하자마자 고모부 장성택을 포함해 다수의 친(親)중 고위간부들을 숙청했다.

이렇듯 북중의 비정상적인 관계로 볼 때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확실히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은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이 김정은의 방중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 정부가 주도한 대북제재가 김정은의 방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국제 사회에서 대북 제재 목소리가 커지자 중공은 마지못해 동참했고 이는 북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수출은 여러 분야에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바로 이 때문에 김정은은 공손한 태도로 시진핑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시진핑 앞에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경청하고 열심히 메모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내보내면서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북한으로 돌아간 이튿날, 북한 매체는 40여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프로그램에는 김정은이 베이징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는 장면만 나왔을 뿐 시진핑 앞에서 메모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CCTV에서 보도한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주력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나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

현재 중공은 ‘한반도에 전쟁도, 혼돈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에 보호막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렇다고 북한은 중공의 이런 태도가 결코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중공의 보호 하에 있으면서도 감사와 존중을 표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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