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⑧ 중국과의 줄다리기 어디까지?

해양주권의 최전선 이어도

이윤정
2023년 04월 22일 오후 5:19 업데이트: 2024년 03월 9일 오전 9:44

이어도는 오늘날 한국의 해양 주권을 상징하는 해양 영토다.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배타적 경제수역 확정 문제, 해상 관할권 문제 등이 걸려 있다. 2003년 이어도에 국내 최초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래 중국은 해당 수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왔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가 2022년 발간한 ‘이어도 오디세이’는 이어도 종합해양기지에 관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주변국의 무리한 권리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책이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이어도연구회의 도움을 얻어 책을 바탕으로 이어도에 관한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그 여덟 번째 순서로 이어도 수역을 둘러싼 한·중·일 갈등에 대해 알아본다.

해양영토 확장할 수 있다

해양 영토는 영해기점 관리를 통해서도 넓힐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영해기점을 재측정해 해양영토 119.5㎢를 확장했다. 서울의 5분의 1쯤 되는 넓이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양법 제7조에 근거해 2014년부터 관할 해역 설정의 기준점이 되는 영해기점을 재측정했다. 영해기점의 간조노출지를 정확히 측정해 그 위에 대한민국 해양영토임을 알리는 영구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한국은 23개 영해기점을 연결해 직선기선을 설정했다. 직선기선은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거나 섬이 많은 수역에서 최외곽 섬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이다. 나머지 해안 굴곡이 없는 동해안은 통상기선(썰물 때의 해안선을 기준으로 정한 기선)을 사용한다.

동해 1번 기점 경북 포항 달만갑(북위 36도 06분 20초, 동경 129도 26분 00초)에서 시작해 서해 23번 기점 인천 옹진 소령도(북위 36도 58분 56초, 동경 125도 44분 58초)로 이어진다. 육상 기점 3곳, 최외곽 도서 20곳이다. 도서 20곳 중 13곳은 무인도, 7곳은 유인도다.

세계적으로 직선기선을 채택한 나라는 중국·일본을 포함해 80여 개국에 이른다. 한국은 남·서해안 굴곡이 깊고 섬이 많아 직선기선을 사용할 지리적 조건을 충족한다. 그런데 직선기선을 채택한 나라 중 3분의 2가량이 엄격히 따지면 해안선 굴곡과 기선의 거리 등에서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일 3국도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해양법상 직선기선의 길이와 한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최장 직선기선 길이만 해도 한국은 절명서~소흑산도 사이 60.3해리인데 비해 미얀마의 경우 222해리, 에콰도르와 콜롬비아는 각각 136해리, 131해리에 달한다.

한국의 직선기선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 설정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경우 48개 직선기선 중 100해리 이상만 3곳이고, 일본은 해안의 굴곡 요건이 성립되지 않거나 60해리 이상의 무리한 직선기선이 5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직선기선은 해안 굴곡이 심하고 섬이 산재한 곳에 해안선의 일반적 방향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설정하게 돼 있다. 그 요건에 자의적 해석 여지가 많아 기점·기선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국제적 교섭·협상이 불가피하다. 기선은 해양 경계의 출발선이어서 해양 경계 획정 시 상대국의 인정 여부에 따라 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위치 | 연합뉴스

中, 이어도를 ‘핵심이익’에 포함

해양법 발효 이후 한반도 주변 해역 경계 획정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정부는 해양경계 획정이 해양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동북아 해양 질서 유지뿐 아니라 역내 평화에 중요한 사안임을 강조해왔다. 이어도에 대해서는 “이어도 수역은 한국 쪽에 훨씬 가까운 곳으로 한·중 간 해양경계 획정 이전이라도 명백히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속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어떤 입장일까. 중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건설 이후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2005년 ‘해양행정단속보고서’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대한 감시 활동을 벌였음을 처음 공식화했다.

보고서는 해양감시용 비행기를 이용해 이어도 기지에 대해 5회 순항 감시를 벌였으며, 이는 자국의 해양권 수호를 위해 해양법과 관련 국내법을 근거로 관할 해역에 대한 감독·관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어도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감시 활동이란 점에서 주목됐다.

중국 외교부는 2006년 9월 14일 한국 정부의 해양과학기지를 이용한 해양활동에 반대하며 그러한 행동은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쑤옌자오가 위치한 해역은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주장이 중첩되는 곳으로 인공구조물 건설과 관련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활동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일부 중국 관료들을 중심으로 이어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해감의 동해총대 부총대장인 위즈룽(郁志榮)은 한·중 양국 간 배타적 경제수역이 아직 획정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해양과학기지에 게양된 태극기를 문제 삼아 과학연구 외 ‘다른 의도’가 감춰져 있으므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계는 지질학적으로 이어도가 내륙에서 발원한 퇴적층(silt)으로 형성됐다는 자연연장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언론과 민간에선 이어도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나란히 놓고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은 이어도를 국가 주권, 영토 보전과 관련된 문제로 보고 이른바 ‘핵심이익’에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신장·티베트 문제 등을 어떤 상황에도 양보할 수 없는, 물리력 사용을 불사하고 지켜내야 할 핵심이익이라 언급해왔다. △국가체제와 국가안보 수호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경제사회의 지속적인 발전 등 세 가지가 이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범위가 확대돼 남중국해뿐 아니라 전략 자원과 해양수송로도 중국의 핵심이익 범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들 이슈가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와 결합할 경우 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국은 전통적 핵심이익인 육지영토뿐 아니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난사)군도 등 도서 영유권, 해양영토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관행을 넘어 훨씬 더 공세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기지 방문 후 본부로 귀환하는 해양경찰청 헬리콥터 | 이어도연구회 제공

영토주권 걸린 난제…분쟁 대비해야

중국 정부와 언론은 2010년 7월 한·미 양국이 서해에서 실시한 합동군사훈련과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미국의 발언을 놓고 ‘서해의 안전’과 ‘남중국해의 주권’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육지 영토 면적이 세계 3위지만 해양영토 면적은 일본의 5분의 1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양영토 문제에 대한 강경한 대외정책 방향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어도는 중국의 해양 방어 전략인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에 포함된다. 도련선은 태평양 섬을 사슬처럼 연결한 가상의 선으로 1980년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원 류화칭(劉華淸)이 창시한 적극방위 전략이다. 기존의 연안방어 중심 전략을 적극적인 근해방어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중국은 해양분쟁 대응책으로 무력시위나 군사행동 외 공동개발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른바 ‘분쟁유보 공동개발’ 전략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78년 국무원 부총리였던 덩샤오핑이 일본과의 평화우호조약 체결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였다. 덩샤오핑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는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당분간 영유권 분쟁을 접어두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공산당은 1984년 남중국해 난사군도 문제도 분쟁유보 공동개발의 원칙에서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쟁유보는 외교적 협상을 통한 평화적 문제해결 방식을 의미하며, 여기엔 주변국의 간섭은 물론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포함한 제3자 중재에 의한 해결을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동개발은 영유권 문제를 후대 과제로 남기고 자원개발을 먼저 진행하자는 것이다. 공동개발 방식은 중간선 원칙을 주장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영유권이 아닌 관할권 문제인 만큼 경제적 국익이 중요하다. 하지만 배타적 경제수역도 해양영토로 인식되는 만큼 자칫 국가 정체성과 동일시됨으로써 한·중 간 민족주의적 대결 이슈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공동개발, 공존 협력과 영토주권, 관할권 확보가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어도 문제도 국제규범인 해양법 규정을 존중하되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 해양법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국제규범의 틀을 넘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해양영토에 대한 주권 의식이 강조되는 이유다. 독도와 마찬가지로 이어도 역시 대한민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해양 영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