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⑤ 이해 충돌하는 배타적 경제수역·대륙붕

해양주권의 최전선 이어도

이윤정
2023년 04월 3일 오전 7:11 업데이트: 2024년 03월 9일 오전 9:44

이어도는 오늘날 한국의 해양 주권을 상징하는 해양 영토다.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배타적 경제수역 확정 문제, 해상 관할권 문제 등이 걸려 있다. 2003년 이어도에 국내 최초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래 중국은 해당 수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왔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가 2022년 발간한 ‘이어도 오디세이’는 이어도 종합해양기지에 관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주변국의 무리한 권리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책이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이어도연구회의 도움을 얻어 책을 바탕으로 이어도에 관한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그 다섯 번째 순서로 해양경계획정의 쟁점이 되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한·중 EEZ 중첩해역에 위치한 이어도

해양 경계에서 논란의 중심은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이다.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이 각각 선포한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첩된 해역에 있다.

연안국은 기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할 수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연안국은 생물·비생물 자원의 탐사나 개발 등에 관해 주권적 권리를 갖는다. 또 인공섬이나 해상 시설물 설치와 이용, 해양오염 방지, 해양 조사, 어업 활동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이 인정된다.

물론 공해와 마찬가지로 모든 국가가 항행, 상공 비행, 해저전선·도관 부설의 자유는 보장된다. 1970년대 들어 세계 각국이 앞다퉈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했다. 그 결과 지구상 전체 바다 면적의 3분의 1 이상, 주요 어장 대부분이 배타적 경제수역에 편입됐다.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대륙붕은 개념이 복잡하다. 해양법 76조는 대륙붕을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이원의 350해리 경계선까지 이르는 해저’로 정의했다. 영해 밖으로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에 따라 대륙주변부의 바깥 끝까지, 또는 대륙주변부의 바깥 끝이 200해리에 미치지 않는 경우 영해기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해저와 하층토로 규정하고 있다. 연안국은 대륙붕을 탐사하고 천연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를 갖는다.

이처럼 해양법은 200해리 거리 기준과 대륙주변부의 끝이라는 지질학적 개념을 모두 인정했다. 대륙붕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해진 이유다.

대륙붕 한계 확정에 대한 과학적 확실성과 중립성 문제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가 다룬다. 1997년 3월 설립된 CLCS는 지역성을 고려한 연안 당사국의 추천을 받아 선출된 과학자·전문가 등 21명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해양지질학자인 박용안 서울대 명예교수가 창립부터 줄곧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2017~2019년 5대 의장을 지냈다.

한·중·일 3국이 접하고 있는 동중국해

한·중 해상경계 | 연합뉴스

각국은 현행 해양법 규정상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관할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영해기점을 최대한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정해 직접 관할 수역을 확대하려 한다.

그래서 바다를 사이에 둔 연안국 간 거리가 400해리 미만인 경우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한계 확정과 관련된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중·일 3국이 접하고 있는 동중국해가 그렇다. 한·중·일은 각자 다른 경계 획정 원칙을 내세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양측의 가까운 지점에서 400해리가 안 되는 수역 경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부터 협상을 벌여왔으나 경계 획정 원칙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해양 경계 획정에서 ‘중간선 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중국은 ‘자연 연장 원칙(육지의 자연적 연장에 따른 경계 획정)’을 주장해왔다.

이어도 주변 수역은 어떨까.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 간 가상 중간선에서 한국 쪽으로 28해리 지점에 있다. 한국 쪽에 더 가깝다.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를 ‘중간선 원칙’으로 획정할 경우 이어도는 중국의 관할 범위에 속할 수 없다.

韓 중간선 원칙 vs 中 형평의 원칙

중간선 원칙은 1958년 제네바에서 열린 1차 유엔해양법회의에서 합의된 대륙붕협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협약 제6조 1항은 “동일한 대륙붕을 서로 마주 보고 있거나 인접한 대륙붕의 경우 대륙붕 경계는 당해 국가 간 합의로 결정된다. 합의가 없고 특별한 사정에 의해 다른 경계선이 정당화되지 않으면 기선의 최단 거리에 있는 각 지점으로부터 등거리 원칙 적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돼 있다.

중간선, 등거리선으로 해양 경계를 획정하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협상이나 재판에서 사용돼왔다. 경계선 획정이 단순해 분쟁의 소지가 적은 장점이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85년 리비아-몰타 간 대륙붕 사건에서 대륙붕 한계 획정 시 해저의 자연적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중간선을 그어 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2006년 바베이도스- 트리니다드 토바고 해양 경계 획정에 관한 중재 사건에서도 상설중재재판소는 섬의 존재를 무시하고 중간선을 기준으로 획정했다.

이어도 해양 경계 획정에서 중국이 선호하는 자연 연장 원칙은 1945년 트루먼 선언에서 시작됐다. 대륙붕협약은 대륙붕을 해안으로부터 인접한 수심 200m 또는 개발 가능한 수심의 해저로 정의했다. 자원개발 기술과 형태가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대륙붕 정의가 필요해졌다.

ICJ는 1969년 네덜란드-서독-덴마크 간 북해 대륙붕 사건에서 육지의 자연 연장 원칙에 의거해 판결했다. 대륙붕은 특정 국가 육지 영토의 연장이고, 다른 국가 육지 영토의 연장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후 관련국 간 대륙붕 한계 획정, 공동개발협정 체결 시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 원칙을 고려하게 됐다. 1969년 북해 대륙붕 경계 획정, 1974년 한·일 간 남부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1974년 호주-인도네시아 간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등이 그 예다.

중국이 해양경계획정 기준으로 옹호하는 또 다른 원칙은 ‘형평의 원칙’이다. ICJ는 1969년 북해 대륙붕 사건에서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모든 관련 사정을 고려해 합의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런 기조는 1977년 영국-프랑스 간 대륙붕 사건, 1982년 리비아-튀니지 간 대륙붕 사건에서도 유지됐다.

해양법은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와 대륙붕 한계 획정 기준으로 특수 사정을 고려해 결과를 도출할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특수 사정이란 연안과의 거리, 해안선 길이와 방향, 어족자원 분포, 역사적 권리, 섬·암석·해구·등심선 등의 존재 여부, 육지와 대륙붕 간 지질학적 상호관계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