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만삭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한 군인, 그리고 4년 뒤 벌어진 기적

김연진
2020년 08월 25일 오전 10:5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4

어린이집을 다녀온 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는 “나중에 커서 뭘 하고 싶어?”라고 물었다.

딸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군인!”

그 대답에 엄마는 몇 년 전에 있었던 가슴 따뜻한 사연을 떠올렸다.

때는 2015년 4월 말, 당시 둘째를 임신해 만삭이었던 A씨는 힘겨운 몸을 이끌고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향하던 A씨였다. 남편은 출장 중이었고, 어쩔 수 없이 홀로 어린 첫째 딸을 데리고 기차를 타야 했다.

좌석이 없어 입석으로 기차에 탑승한 A씨에게 어느 군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기 앉으세요”

그러더니 자세를 낮춰 어린 딸에게도 말을 걸었다.

“엄마 배 속에 예쁜 동생이 있으니, 더 예쁜 공주님은 삼촌 무릎에 앉아서 갈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렇게 군인은 바닥에 앉았고, 그 위에 A씨의 딸을 앉혔다.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다정하게 말도 걸어줬다. “어린이날 선물 뭐 받고 싶어?”라고 물으며 A씨에게도 알려줬다.

A씨는 “덕분에 정말 편하게 대구에 갔다. 내 아이도 저렇게 자랐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군인은 동대구역에서 내려 A씨의 짐까지 들어줬다. A씨는 사례라도 하고 싶어 연락처를 물었으나, 군인은 끝까지 사양했다고.

A씨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SNS에 해당 사연을 올렸다. 연락처를 몰라 기억에 남아 있는 부대 마크와 기차를 탔던 날짜 등 간략한 정보만 남겼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정말 감사했다.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연락이 꼭 닿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얼마 뒤, 사연의 주인공이 기적처럼 등장했다. 둘이 4년 만에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댓글을 통해 “누구나 그 상황이었다면 저처럼 행동했을 것입니다. 너무 고마워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마음만 받겠습니다. 긴 시간이 흘러도 기억해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전했다.

해당 사연은 지난해 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된 가슴 따뜻한 사연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다시 주목을 받으며 누리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