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일” 국안惡법 공포 속 홍콩 민주파 예비선거에 시민 61만명 참가

류지윤
2020년 07월 14일 오후 5:15 업데이트: 2020년 07월 14일 오후 7:17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민주파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에 유권자 61만명이 참가했다.

지난 11과 12일 이틀간 홍콩에서는 홍콩 민주파가 추진한 ‘입법회 예비선거’가 진행됐다.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 발효 이후 민심의 향배를 알아보는 첫 민주주의 활동이었다.

예비선거는 홍콩 선관위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식 선거는 아니다. 민주파에서 후보 난립과 표 분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정당끼리의 연합 행사다.

당국에서는 예비선거 자체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홍콩인들은 모바일 투표 59만2천여명, 현장투표 2만1천여명이 참여하며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드러냈다.

예비선거를 총괄한 홍콩대 법학과 다이야오팅(戴耀廷·54) 부교수는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의 압박 속에서도 투표장으로 나온 시민들이 매우 존경스럽다”며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당초 주최측은 전체 투표 참가자를 17만명으로 예상했으나, 11일 투표 첫날에만 23만4천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투표했다. 시내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마지막날인 둘째날에는 각 지구별 투표소에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이 생겼다. 유권자들은 에포크타임스 기자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직접 투표소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예비선거에 참가한 유권자는 전체의 13% 수준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입법회 선거에 등록한 유권자는 445만여 명이다.

지난해 11월 민주파가 압승했던 지방선거 때보다 약 8%, 4년 전인 2016년 선거 때보다 18% 늘어난 수치다. 유권자의 증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민주파에 유리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이 부교수는 “국안악(惡)법이 발효되면서 예비선거 자체가 법 위반이라는 당국의 경고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선거에 참가한 시민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일정을 조율한 아우 녹힌(區諾軒) 전 입법회 의원은 “홍콩의 선거는 불공정한 구도로 묶여 있다. 친중파(建制派·건제파)가 선거구를 자체 조율할 수 있기에 순수 투표에서 민주파가 다수를 차지해도 선거결과는 친중파의 승리였다. 또 민주파는 다수 의원이 제각각 출마해 표가 분산되는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콩 입법회 의원은 총 70석으로 이 가운데 35석은 지역구 직선제로, 35석은 직능구의 간선제로 선출된다.

지역구에서는 민주파가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직능구에서는 항상 친중파가 압승을 거둬, 전체 표심과 상관없이 입법회에서는 친중파가 다수를 차지해왔다.

2016년 선거 때도 민주파는 지역구(직선제)에서는 과반을 차지했지만, 직능 등록 유권자가 뽑는 직능구(간선제)에서 8석 확보에 그쳐 전체 70석 중 30석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민주파는 보건·서비스 분야를 비롯한 2개 직능구 후보들과 연대하고 이번 예비선거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해 입법회 선거 사상 최초로 35석+a의 과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건·서비스 분야 직능구 후보들이 민주파와 연대에 나선 것은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를 겪으며 홍콩 정부와 중국 공산정권의 무책임과 무능을 절감한 일이 계기가 됐다.

출마에 나선 후보들은 이번 선거가 홍콩안전법과 독재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카오룽(九龍·구룡) 서부 선거구에 출마한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傑) 당 대표는 “개인 승부보다 전체 득표수가 중요하다”며 “이번 선거는 국안법에 ‘노’(No), 독재정권에 ‘노’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샴 대표는 또한 “이번 예비선거를 통해 민주파 내부 노선갈등이 다수 봉합될 것”이리며 “선거는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35+a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치 전문가 장쿤양(張崑陽)은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홍콩 국안법 시행 후 첫 민주선거인 이번 입법회 예비선거에서 홍콩인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행동에 나섰다”며 “예상보다 훨씬 많은 투표자는 홍콩인들의 불굴의 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표에 참가한 한 홍콩인은 “이번 선거는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홍콩의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라며 “다음 세대가 본토 중국인들처럼 살기를 원하지 않아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