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서 ‘가짜뉴스 금지법’ 제안…먼저 스스로 돌아봐야

김정희
2022년 03월 9일 오후 2:12 업데이트: 2022년 03월 10일 오후 5:55

공산주의 정권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국제사회의 진실된 여론이야 어떻든, 자국에서는 ‘존경받는 나라’ ‘높은 평가를 받는 나라’로 포장하는 여론 선동이다.

전 세계에서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 전 원장인 자칭궈(賈慶國) 교수의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자칭궈 교수는 최근 중국매체 펑몐(封面)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온라인 가짜뉴스 생산·유포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뉴스 금지법>을 추진하는 이유와 관련해 “미꾸라지들이 중국의 국제 관계를 악화시킨다”고 성토하면서 “적잖은 네티즌이 소수 외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마치 그 나라 전체 견해인 양 확대해서 퍼 나른다. 결국 중국인들이 해당국에 적대감을 품는다”고 지적했다.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소수의 견해를 전체의 견해처럼 과대포장한 것이 가짜뉴스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또한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있다는 말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소수 네티즌들에게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자칭궈 교수는 결국 외국에 대한 적대심이 중국 내부에서 조장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원로 학자로서 우려를 나타냈지만, 공산주의 중국(중공)에 대한 전 세계적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았다.

중공 체제 아래 지식인의 한계를 자칭궈 교수 역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진행 중이다. 2개의 회의란 뜻의 양회는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을 가리킨다. 전인대가 국민의회라면, 정협은 국정자문기구다.

자칭궈 교수는 정협의 최고 구성원인 상무위원이다. 베이징대의 외교 석학인 자칭궈 교수는 정협 최고위층인 상무위원으로 중공 정부의 외교정책 고문이기도 하다. 그의 현실 인식이 개인 차원에만 머문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에 불리한 뉴스를 퍼 나르는 자국 네티즌을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보는 자칭궈 교수의 견해는 중공의 언론 검열, 자국민 검열과 맞닿아 있다.

중공은 세계 최대 언론 검열 정권이자, 세계 최대 가짜뉴스 유포기관이다. 이는 숫자로 입증된 팩트다.

미국의 국제문제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 산하 ‘디지털 포렌식 연구실’(DFRLab)은 작년 2월 조사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가짜뉴스 생산·유포자는 중국(중공)”이라고 밝혔다.(보고서 링크)

보고서에서는 중공 외교관을 ‘가짜뉴스 유포자’로 콕 찍어 지적하며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의 사례를 들었다.

자오리젠은 지난 2020년 3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군이 바이러스를 우한에 들여왔다’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을 무려 11개나 올렸다 .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이었지만, 그의 게시물은 최소 54가지 언어로 9만9천 회 이상 공유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군이 바이러스를 우한에 가져왔다”라고 주장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트위터 | 트위터 캡처

대놓고 거짓말로 상대방을 ‘몹쓸 존재’로 뒤집어씌우는 것은 중공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졌다는 정황이 여러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이지만, 중공은 바이러스를 미국이 퍼뜨렸다며 오히려 역공작을 펴고 있다.

자오리젠은 올해 1월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촉발되자 ’20년 전쟁 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에게 남긴 것’이라는 글과 함께 4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폭탄과 총알 더미로 가득한 폐허 가운데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시리아 사진작가인 알리 하즈 술레이만은 트위터를 통해 항의했다. 그는 “중국 외교부가 내 사진을 (허락 없이) 가져다 썼다”면서 사진 속 상황은 시리아와 러시아로 촉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자오리젠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사진 오용’을 밝힌 시리아 사진작가 | 트위터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칭궈 교수가 제안한 <가짜뉴스 금지법>이 제정되면, 정작 가장 먼저 잡혀 들어가야 할 것은 중공 외교관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 법이 외국 소식을 퍼 나르는 중국 네티즌을 겨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에포크타임스가 펴낸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9평)에서 중공의 본질을 철저하게 파헤친 바 있다. 배가 곧 침몰하는 상황에서 태연한 얼굴로 “상황이 좋다”고 말해 조직을 위해 헌신한 구성원들마저 빠져 죽도록 속이는 게 공산당의 악질적 본성이다.

중국, 아니 중공에 비판적인 외국 뉴스를 퍼 나르는 네티즌들이 반한 감정 혹은 반일, 반미 감정을 조장하려는 정권의 선전선동에 이용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 확산’을 빌미로 네티즌을 처벌하겠다는 중공 정협 위원 발언은 ‘도둑이 남보고 도둑놈 잡으라 소리친다'(賊喊捉賊)는 중국의 옛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