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에 ‘날개 단’ 트럼프, 공화당 경선 지지율 급상승

한동훈
2023년 04월 3일 오전 11:56 업데이트: 2023년 04월 3일 오전 11:56

야후·유고브 여론조사, 2위와 30%대 격차
지난달보다 크게 상승…대선 기부금도 쇄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미국 뉴욕 맨해튼 검찰에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치솟았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오후 ‘반격’ 연설을 예고했다.

야후 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달 30~31일 미국 성인 10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화당 경선 후보 선호도에서 트럼프가 52%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지지율 21%로 2위를 차지한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격차는 31%포인트나 됐다. 그다음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5%),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3%)이었다.

앞서 지난달 폭스뉴스 설문조사에서는 트럼프 43%, 드산티스 28%로 지지율 격차는 15%포인트였다. 같은 달 양자 대결에서는 드산티스가 4%포인트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다.

일각에서 ‘민주당의 트럼프 낙선 운동’이라고 비판하는 맨해튼 검찰의 기소가 오히려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트럼프에게 강력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소 사실이 알려진 후 24시간 만에 400만 달러(약 52억원)의 후원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25% 이상이 첫 후원자”이며 “모금액 대부분이 소액 기부금이었다”면서 “특수한 이익 집단이 아닌 평범한 미국인들에게서 성원이 답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수십억 달러를 뿌려대는 조지 소로스 같은 특수한 이익 집단 기부자에 염증을 느낀 근면한 애국자들이 귀중한 연대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캠프를 지원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기소를 진두지휘 중인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민주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브래그 지검장이 거물 투자자 소로스의 자금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4일 밤 플로리다에서 연설

트럼프는 4일 낮 맨해튼 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 후 플로리다의 팜비치로 이동해 같은 날 오후 8시 15분께 마러라고 저택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팜비치에서 맨해튼은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다.

기소인부절차는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기소 내용을 고지하고 피고인에게서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혹은 부인을 확인하는 절차다. 트럼프 측은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소장이 공개되지 않아 트럼프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다만, NBC 등에 따르면 혐의는 약 30개이며 회사 문서 조작 등 경범죄가 대부분이다.

가장 무거운 것은 트럼프가 유권자를 ‘속일 의도’로 문서 조작을 지시했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범죄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다.

4일 밤 연설에서 트럼프가 어떤 내용을 말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트럼프 캠프 수석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롤링 스톤즈가 공연하면, 사람들이 모창밴드를 보러 가겠나”라며 연설을 통해 직접 확인할 것을 희망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마러라고에서 2024년 대선 공약을 발표했던 점과 최근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크게 앞섰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자기 소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번 재판에 배당된 맨해튼 지방법원 후안 머찬 판사가 자신을 증오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머찬 판사는 앞서 트럼프 그룹 산하 사업체 사기 혐의 등에 관한 재판에 배정된 바 있다. 이 재판에서는 1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당시 배심원단에는 트럼프에 강한 반감을 품은 인물이 포함됐으나, 머찬 판사는 그런 이유로 배심원단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 불공정 재판 시비가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