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만 남아 있던 12세기 고려청자 제작기술 재현해내 ‘무형문화재’ 된 ‘초졸’ 출신 남성

황효정
2023년 05월 12일 오후 4:25 업데이트: 2023년 05월 12일 오후 4:25

전수자가 이어지지 않아 단절된 고려청자 가마터가 우연한 계기로 어느 집 앞마당에서 발굴됐다. 훗날 그 집에 살던 사람이 12세기 고려청자를 재현하여 청자장이 됐다.

지난 5일 공장직거래 큐레이션 플랫폼 ‘단골공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기록에만 남아 있던 고려청자 제작기술을 되살린 무형문화재 제36호 이용희 청자장의 사연을 전했다.

1964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사학자들은 역사 속 기록에만 남아있던 청자 기와의 명맥을 찾기 위해 전라남도 강진을 찾았다.

고려청자 도공들이 활발히 작업하던 곳이 강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보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또한 12세기 강진에서 처음으로 창안된 상감기법으로 제작됐다.

사학자들은 탐사 중 어느 집 소쿠리에서 청기와 파편을 발견한다. 학자들은 이곳 집 마당에 대해 발굴 작업을 시작했고, 그 집에 살던 가족들은 발굴 작업을 도왔다.

사진 = 공장직거래 큐레이션 플랫폼 ‘단골공장’

집 마당에서는 청기와와 청자 파편, 그리고 전설처럼 내려오던 고려청자 옛 가마터까지 발견됐다. 당시 가마터 발굴을 돕던 그 집 가족 중 한 명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이제는 끊겨 버린 고려청자의 제작 기술을 잇고 싶다”

도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던 그 가족이 마침내 고려청자를 재현했으니, 이용희 청자장이다.

플랫폼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용희 청자장의 최종학력은 국민학교 졸업이다.

그런 이용희 청자장은 수많은 서적들, 화학책과 씨름하며 강진 지역 일대에서 채취한 천연 광물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청자 유약을 만들었다.

사진 = 공장직거래 큐레이션 플랫폼 ‘단골공장’

예부터 고려청자의 색은 ‘비색’이라는 단어로 따로 칭했는데, 바로 이 단절된 비색을 재현하기 위해 거듭 연구한 것.

이용희 청자장은 “마침내 제가 만든 청자유약이 12세기 강진산 고려청자를 성분비부터 특유의 빛깔까지 재현해 냈다는 평가를 전문가들로부터 받아냈을 때가 제 인생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이라고 전했다.

플랫폼과의 인터뷰 끝에 이용희 청자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과거 수많은 사람이 환호하고 칭송했던 고려청자를 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도자기에 밀려 외면받고 있는 게 지금 우리나라 청자의 현주소다.

그 영광을 되찾는다는 건 쉽지 않겠지만 청자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 소임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