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만 백신 지원에 ‘C-17 수송기’ 투입한 미국의 메시지

2021년 06월 10일 오후 2:30 업데이트: 2023년 08월 25일 오후 4:51

세계 어디든 12시간 내에 대응병력 파견 가능한 수송기
이라크전 때 첫 투입, 공수작전 대표하는 전술·전략병기

지난 6일, 이날 오전 5시 한국 경기도 오산기지를 떠난 미 공군 C-17 수송기가 미 연방 상원의원들과 대만에 제공되는 코로나 백신을 싣고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만에 백신을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C-17 수송기를 동원한 이면에는 전술 의미가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전직 미 국방부 고위급 인사로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드류 톰슨은 “C-17의 비행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톰슨 연구원은 싱가포르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회 대표단은 종종 군용기를 타고 외국을 방문했다. 그렇더라도 미국이 C-17 수송기를 띄운 것은 대만해협의 안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차이잉원 총통을 꽤 지지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총 222대 보유한 C-17 수송기는 1995년부터 취역했으며 특히 대형 수송기임에도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길이 약 1km, 폭 27.5m의 활주로만 있으면 안정적으로 이착륙 할 수 있다.

C-17 수송기의 대당 가격은 3억 2800억 달러(2010년 기준)이며, 길이 53.04m, 익폭 51.81m, 높이 16.79m, 적재중량 78톤이다. 최대 속력은 마하 0.875(시속 1080km)로 최대 비행고도는 1만3700m이며, 지속운항거리는 1만1600km다.

C-17은 충분한 적재중량을 이용해 M1 탱크 1대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3대 혹은 M1117 장갑차 6대 등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전 세계 어디든 12시간 이내에 장갑차 6대와 병력을 파견할 수 있으며, 헬리콥터와 병력을 싣고 장거리 이동한 뒤 작전지역에 도착하는 방식의 기동투하를 지원할 수도 있다.

미 육군 C-17 수송기로 M1A2 에이브럼스 주력 전차 기동배치를 훈련했다. | 미군 제공

미 육군 1기갑사단 항공여단 501항공연대 3대대가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서 UH-60 블랙호크 헬기 1대를 C-17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 미군 제공

이번에 C-17 수송기는 미 연방상원의원과 백신을 싣고 도착했지만, 유사시 적의 대만 상륙을 막기 위해 군수물자나 병력을 지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백신 수송은 미 공군 입장에서는 일종의 대만 착륙 훈련이 됐을 것이다.

C-17 수송기는 이라크 공수작전 때 첫 전투에 투입된 바 있다. 공수부대 투입은 C-17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다. 1대는 102명의 낙하산병 또는 134명의 일반 병사와 장비를 수송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도 동행한다. 전용 리무진 ‘비스트’, 전용헬기 ‘마린 원’, 그외 경호 차량과 장비를 한꺼번에 모두 싣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날아다니는 의료선 역할도 한다. C-17 수송기는 여러 차례 인도적 구호 임무에 참여했으며, 난민 대피작전에도 투입됐다. 전시 최대 54명의 부상자와 의료진을 수송할 수 있으며, 재난지역과 전쟁지역에 물자를 대량 투하할 때도 이용된다.

병력과 장비 운송, 부상자 후송, 공수부대 투입, 민간인 대피 등 다양한 작전에 활용되는 C-17 수송기 | 미군 제공
C-17 수송기를 이용한 공수부대 투입 훈련 모습 | 미군 제공

얼마 전 중국은 수송기 16대로 이뤄진 군용기 편대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출동시키는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대형 수송기는 전투기의 호위가 필수적이지만, 중국은 당시 전투기 없이 수송기로만 훈련을 마친 바 있다.

중국은 지난해 남중국해에서 수호이 35 전투기의 10시간 무착륙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수송기 훈련 때는 전투기를 투입하지 않았다. 호위 전투기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직 중국의 원거리 비행과 물자 투입능력은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 범위를 다 커버하기에도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만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대형 수송기를 이용한 원거리 수송과 물자 지원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천저우(沈舟)·군사전문 작가

*외부필자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성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