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날 밤 잠들 수 없었다…영화 <언사일런스드> 관람후기

피터 에반스
2022년 06월 28일 오전 9:12 업데이트: 2022년 06월 28일 오전 11:42

영화 <언사일런스드(Unsilenced)>가 북미 극장 개봉 후 디지털로 막 개봉됐다. 영화의 주제가 ‘억압에 맞서 일어서서 진실을 옹호할 용기’라는 것을 안 나는 그날 밤 영화를 빌렸고 일요일 밤에 볼 시간을 얻었다.

영화를 본 이후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그토록 고통스러운 고문을 나라면 견뎌낼 수 있었을까, 굴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중국과 비교할 때 매우 안전하고 편안한 이곳 미국에서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 때,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과 같은 사회에서 그런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면, 그것은 확실히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영화에서 본 가혹한 고문을 떠올리며 그런 일을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려 했지만, 내겐 그 정도의 내적 힘과 결단력이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다음 날 새벽까지 뒤척일 수밖에 없었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영화 <언사일런스드> 포스터 | Flying Cloud Productions

영화 <언사일런스드>는 수감시설에 갇혀 잔인한 방법과 도구로 고문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믿음을 굳게 지키고 진실을 옹호하는 베이징의 명문 칭화대 학생들이자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중국 공산당이 그들을 고문하는 이유는 혁명을 기도하거나 어떤 음모를 꾸며서가 아니다. 그들의 신앙을 포기하게 하고, 동료 수련자의 이름이나 소재지를 말하게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진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이 과정에서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양심적인 미국인 외신기자의 도움을 받는다. 학생들은 투옥과 고문, 살해 위험을 무릅쓰고 외신을 통해 파룬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거짓말과 흑색선전을 폭로할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이제부터는 영화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 영화를 온전하게 감상하고 싶은 이들은 영화를 본 후 이하 부분을 읽어주길 권한다.

중국계 캐나다인 레온 리 감독의 최신작인 이 작품은 1999년 중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공원에서 파룬궁 수련하기
영화 <언사일런스드>에서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과 파룬궁 수련을 하는 장면. | Flying Cloud Productions

뉴스를 보는 학생들
영화 <언사일런스드>에서 학생들이 놀란 표정으로 파룬궁에 대한 금지를 알리는 뉴스를 보는 장면. | Flying Cloud Productions

영화는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이 시작될 무렵, 네 명의 학생들을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처음에는 행복하고 근심 걱정 없이 해맑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자전거를 타고 서로 경주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한다. 여가 시간에는 인근 공원에서 파룬궁 수련을 한다.

이 모든 평화는 중국 공산당이 박해를 개시하면서 완전히 뒤바뀐다. 중국의 평화는 늘 공산당의 어떤 결정에 의해 무너지곤 했다. 1989년 톈안먼 학살 때 그랬고, 10년 뒤인 1999년 파룬궁 박해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2009년에는 위구르족 탄압이, 다시 2019년에는 홍콩 시민들이 탄압받았다.

10년 주기로 인권 탄압이 벌어지는 이 기묘한 우연은 사실 우연이 아니다. 공산당을 창건한 마오쩌둥의 ‘정책’이기도 했다. 그는 10년에 한 번씩 운동을 일으켜 주민들을 탄압해야 공산당의 공포통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중국 공산당은 파룬궁에 대한 증오를 퍼뜨리기 위해 신문과 방송, 그리고 소위 ‘전문가’를 동원해 흑색선전을 퍼뜨린다. 이에 의문을 품은 이들은 정권의 광기 앞에서 입 다물어야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대학생 왕(팅우 분)과 그의 친구들은 정권의 범죄에 침묵하는 대신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기로 한다. 하지만 곧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Unsilenced에서 고문당하는 소년
영화 <언사일런스드>에서 주인공 왕이 파룬궁 수련을 이유로 고문을 받고 감옥에 수감된 장면. | Flying Cloud Productions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명의 주인공 대학생들이 서로 다른 수준의 용기를 낸다는 점이다. 3명은 연속되는 무시무시한 사건 속에서 때로는 두려움과 흔들림을 보인다.

반면, 칭화대의 최고 공학도 중 한 명인 왕은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공산당이 파룬궁에 뒤집어씌운 파괴적인 신흥 종교 이미지를 벗기고 파룬궁의 선량한 본모습을 알리려는 결의가 확고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고문을 참고 견디며 4명의 대학생 중 한 명인 자신의 아내와 갓 태어난 딸을 다시는 보지 못할 위험도 무릅쓰면서 말이다.

왕은 영화의 극적인 대목에서 스스로 악랄한 경찰(정상적인 경찰이 아니라, 탄압에 물들어 악행을 앞장서는 경찰)의 표적이 돼 자신을 돕던 외신 기자를 구하고, 다른 학생 한 명이 체포되는 것을 저지한다.

자신이 체포돼 고문받을 것을 잘 알면서도 주저 없이 움직이는 그의 사심 없는 행동은 파룬궁의 원칙인 진실(眞)·선량(善)·인내(忍)의 구현이다.

영화는 용기와 좌절, 그리고 극복도 담아낸다. 4명 중 한 학생은 대담하게 공개적인 장소에 진실을 알리는 현수막 설치했다가 붙잡힌다. 그녀는 감옥에서 극심한 성적 고문을 당한 끝에 굴복하고 다른 두 학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뒤 심한 죄책감에 빠진다.

그러나 감옥을 나온 후에는 다시 팀에 합류해 또다시 감옥에 갇혀 고문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에 나선다. 그녀가 감옥에서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용기다.

진실을 말하는 일을 망설이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그는 파룬궁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학교에서 제명당한 다른 세 친구를 보면서 점차 주저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쫓겨난 세 친구와 파룬궁에 대해 다른 학생들 앞에서 비난할 것을 강요받는 순간, 양심에 어긋나는 말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세 친구에 합류한다. 이후 체포돼 전기고문을 받게 된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가 결국 숨을 거둔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중국이나 중국 외부에서 자발적으로 혹은 강요에 의해 파룬궁 탄압에 가담하는 공범들의 끔찍한 처지에 대해 약간은 공감하게 됐다.

영화에는 호감 가는 첫인상의 상냥한 중국인 여성 민(아나스타샤 린 분)이 등장한다. 그녀의 실체는 미국인 외신기자 대니얼 데이비스(샘 트램멜 분)의 동향을 염탐하는 공산당의 스파이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영화 <언사일런스드>에서 중국인 여성 민(좌)이 외신기자 대니얼 데이비스(우)와 함께 중국 공산당 정권의 흑색선전을 보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는 장면. | Flying Cloud Productions
언사일런스드 외신기자
영화 <언사일런스드>에서 중국 주재 외신기자인 대니얼 데이비스가 중국 공산당 정권의 파룬궁 탄압 현장을 목격하는 장면. | Flying Cloud Productions

대니얼은 사건이 진행되면서 민의 신분을 짐작하게 되지만,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감춘다. 그리고 그녀가 처해 있을 곤경을 이해하고 오히려 그녀를 보호하려 애쓴다.

그 덕분에 나중에 민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오히려 대니얼은 학생들과 계획했던 진실을 알리는 일을 실행할 시간을 벌게 된다. 남에게 베푼 호의가 자신에게 큰 도움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영화는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대도 보여준다. 영화 속 캐릭터인 칭화대 장 교수(청천쥔 분)는 죄 없는 사람들이 공산당 정권의 흑색선전으로 누명을 뒤집어쓰고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는 모습을 보며, 1989년 톈안먼 학살의 상처를 떠올린다.

톈안먼 사건을 경험한 장 교수는 마음속으로 파룬궁과 그 수련자들, 진실을 알리려는 왕을 지지한다. 그는 그들이 중국 공산당의 압력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과, 파룬궁에 대한 흑색선전이 완전히 근거 없는, 공산당이 자신과 견해가 다른 개인·집단을 공격할 때 쓰는 상투적 수법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러나 파룬궁과 학생들에 대한 장 교수의 지지는 공개적이진 않다. 나는 영화를 통해, 공산당의 압제를 경험한 중국인들이 파룬궁 탄압 실상을 보면서 공산당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두려움으로 인해 주저하는 등 복잡한 심경을 보이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됐다.

언사일런스드 양 비서
영화 <언사일런스드>에서 중국 공산당의 하급 서기로 등장하는 양 비서가 파룬궁 수련자 심문을 감독하는 장면. | Flying Cloud Productions

대조적으로 악역 캐릭터인 양 비서(왕추챵 분)를 통해 권력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이들의 무자비함과 인성 부재를 보게 된다. 이번 박해의 결말은 어떠한가. 선량한 이들의 패주가 아니다. 한 조각 남은 양심마저 저버리고 악행을 일삼는 공산당과 그 하수인들이 비참한 종말을 맞는 것으로 끝난다.

차갑고 날카롭고 잔인하지만, 그래서 공산당 상부의 칭찬을 받는 양 비서는 파룬궁과 용감한 수련자들을 쓰러뜨리기 위한 냉혹한 음모로 영화를 보는 내내 관람객의 등골을 오싹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알게 된다. 악인에 대한 심판의 날이 도래했음을.

영화 <언사일런스드>는 비메오(Vimeo), 아마존, 아이튠즈, 구글플레이 그리고 에포크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러닝타임 1시간 47분. 자막은 영어와 중국어로 제공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