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에 ‘중국산 백신’ 덜컥 구매했던 국가들이 난감해진 이유

김우성
2021년 01월 29일 오후 3:0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41

“지금이라면 중국산 백신 안 살 것.”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사태 초기에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서둘러 구매한 일부 국가들이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의 배송 지연과 불투명한 데이터가 일부 국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의료시설에서 지난 14일(현지 시각) 의료진이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부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백신을 구입한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국산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접종을 시작하겠다’라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이를 달래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빌라하리 카우시칸 전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백신에 대한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면서 “지금이라면 어떤 중국산 백신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백신의 면역 효과는 당초 90%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인도네시아에선 6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중국산 백신의 면역 효과가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터키의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 / 연합뉴스

한편 터키와 브라질에서는 중국 제약회사의 백신 배송 지연이 문제가 됐다.

터키는 지난해 12월까지 1천만 회분의 시노백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이달 초까지 확보된 물량은 300만 회분에 그쳤다.

브라질은 중국의 백신 원료 배송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인도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200만 회분을 수입했다.

이제 중국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진 것을 배송 지연의 이유로 들었다.

중국 베이징의 시노팜 백신 생산시설 / 연합뉴스

앞서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백은 올해 안에 20억 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했고,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24개국 이상과 계약했다.

NYT는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려고 했다.”면서 “배송 지연과 백신 효과에 대한 논란까지 겹치면서 역효과가 났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구입하지 못한 국가 입장에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중국산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