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 ‘서부국제투자무역 상담회’는 일대일로 전시회…서방 대기업 불참

2021년 05월 27일 오후 3:00 업데이트: 2021년 05월 28일 오후 12:06

외국 자본으로 서부 일대일로 추진하는 취지 행사
미,유럽 대기업들 일제 불참…이낙연 전 총리 축전

제3회 중국 서부국제투자무역 상담회가 지난 21일 중국 서부 충칭 위에라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중국 공산당 전인대 상무부위원장 등 중국 고위층 외에 한국 이낙연 전 총리 등 해외 전현직 고위인사들도 영상 축하인사를 전한 이날 개막식에서, 충칭시 천민얼 서기는 개막사와 함께 2021년 ‘육상 및 해상의 새로운 통로 국제협력 포럼’ 개막을 함께 선포했다.

귀에 익은 듯한 표현이 들어간 이 포럼은 일대일로 포럼이다. 즉 서부국제투자무역 상담회는 일대일로 상담회였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상담회에서 아시아 주요국 지도자와 세계 500강 기업의 중국 고위 경영자들이 모여 활발한 교류와 비즈니스 활동을 펼쳤다고 전했지만, 한 가지 사실이 빠져 있었다.

초청받은 외국 기업 관계자 상당수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산당 관영 매체 신화사 등은 서방 대기업들이 모두 불참했다는 점은 관련 보도에서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니케이는 이 행사를 전하며 “중국의 초대인사 명단에는 많은 서방의 블루칩 기업들이 올랐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엑슨 모빌, 월마트, 다임러AG 등이 초청을 받았지만 전시회와 부대활동에 참가할 고위 대표 파견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 기업들은 모두 일대일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에 초청을 받았다”면서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주석 외교정책의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폴, 베트남, 라오스 및 기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동맹국들은 고위급 정부 인사들을 파견해 이번 전시회에 참석토록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불참에 당황한 주최 측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가하는 상담회’가 아니라 ‘일대일로 동맹국 간 협력 강화’로 행사 성격을 급히 변경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들 미국와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인권탄압이 국제적으로 불거지고 미중 무역갈등, 유럽연합(EU)-중국 간 긴장고조로 인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담회에서는 102개 프로젝트에 걸쳐 총 2285억위안(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의향서가 현장에서 체결됐다. 투자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T), 신소재, 바이오, 첨단설비 등이 주를 이뤘다.

엄청난 규모였지만, 2019년에 비하면 30% 하락해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작년 상담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않았다.

서부국제투자무역 상담회는 서부지역 투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시진핑 정권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인프라 가속화다. 자국 자본만으로 속도가 더딘 서부지역 일대일로에 외국 자본을 끌여들여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취지다.

중국 4대 직할시의 하나로 인구 3천만, 남한 면적의 80%에 이르는 충칭은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망, 동남아로 향하는 운송 노선의 요충지로 낙점됐다. 천민얼 충칭시 공산당 위원회 서기는 시진핑의 맹우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기업들의 일제 불참에서 보여지듯 충칭을 필두로 한 서부 일대일로는 동력이 충분하지 못한 모습이다.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파룬궁 수련자 억압, 홍콩 자유 제한, 대만에 대한 위협 등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 각국은 공산주의 중국의 팽창을 한층 더 경계하게 되면서 일대일로에 대한 견제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EU는 톈안먼 사태 32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3월 신장 인권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관리와 단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은 EU 의원, 학자, 싱크탱크에 대해 중국 본토 및 홍콩·마카오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면서 보복했지만, 이는 더 강한 역풍으로 되돌아왔다.

EU 의회는 지난 20일 EU-중국간 포괄적투자협정(CAI) 비준을 보류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중국에 맞섰다.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맞서 정치외교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럽을 끌어안아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커다란 외교적 실패로 평가되고 있다.

/장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