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매입 검토” 트럼프, 어떤 점 고려했나

지리적 가치 높은 전략 요충지...북극권 군사진출 꾀하는 중국 공산정권 견제 효과도

Zhang Ting, China News Team
2019년 08월 28일 오전 11:04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전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관들과 식사하거나 회의할 때 그린란드 매입을 진지하게 논의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에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린란드 매입설에 대해 “이는 어쨌든 알려졌으며, 우리가 논의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농담한 것이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트럼프 타워를 세우고 싶어 한다” 등의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린란드 매입을 고려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타워를 그린란드에 짓기 위함은 아니라며 합성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린란드를 영토로 거느리고 있는 덴마크의 프레데릭센 총리는 매각 의사가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9월 2일 예정된 덴마크 국빈 방문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린란드는 세계 최대의 섬으로, 면적은 남한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약 210만㎢, 인구는 약 5만6천 명이다. 섬의 약 80%가 얼음으로 덮여있고 주민의 88%가 이누이트족이다. 18세기 초반 덴마크 영토로 편입된 그린란드는 정치적으로는 자치 지역이지만 외교, 국방, 재정 등은 여전히 덴마크에 의존한다. 

1917년, 이누이트족 가정의 모습.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미국의 섬 매입 전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구애’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그 시작은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0년대에 집권한 미국 앤드루 존슨 17대 대통령 때부터 이미 그린란드 매입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1867년, 시워드 국무장관은 알래스카를 매입한 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매입을 “진실로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며 두 섬 매입의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미 국무부가 1868년 발표한 이 보고서는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특히 그린란드 구매를 제안한 근거로, 정치적 사업적 고려를 들었다. 그러나 시워드가 1869년 3월 국무장관을 그만두면서 그린란드 구매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시워드 당시 국무장관은 1868년 그린란드 매입 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1910년 미국 정부 내부에서 그린란드를 구매하자는 제안이 다시 제기됐다. 1946년, 트루먼 대통령은 1억 달러를 제안하면서 덴마크에 매입 의사를 전달했으나 거절당했다.

美 국무부 1868년 보고서는 그린란드 구매를 권고했다. | 보고서 캡처

메릴랜드 대학 정치학과 부교수인 앨머 플리스케는 1850년 보고서에서 그린란드가 덴마크에 끼치는 막대한 지출 부담과 그 지리적 위치가 미국에 미치는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이 섬을 미국에 매각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자, 미국 정부의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고, 섬을 매입한다는 계획은 방치됐다.

미국 역사에서 미국이 외국으로부터 넓은 땅을 사들인 일은 여러 번 있었다.

가장 유명한 토지 매입은 1803년에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미화 1500만 달러를 내고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였다.

1804년에 그려진 루이지애나 지도.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1897년에는 윌리엄 시워드 당시 美 국무장관이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720만 달러에 얼음으로 뒤덮인 알래스카를 샀다. 당시 많은 미국인이 “한 푼의 가치도 없는 동토를 산 것은 밑지는 장사”라며, 이를 두고 “시워드의 바보짓”, “시워드의 얼음창고”,“존슨 대통령의 북극곰 가든”이라고 풍자하기도 했다.

미국은 알래스카의 원본 수표를 매입했다. 액면가 720만 달러다.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1차대전 기간 중, 미국은 독일이 덴마크의 서인도제도를 차지한 후 이를 잠수함정 기지로 삼는 것을 우려해, 덴마크 정부에 매입을 제안했고 몇 달간의 협상 끝에 합의를 끌어냈다. 1917년 3월, 미국은 이 군도를 인수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로 개칭했고 1927년 군도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2019년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왜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다시 꺼냈는지를 두고 국제사회는 세 가지 이유를 든다. 그린란드는 우선 희토류를 비롯해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둘째, 군사 전략적 의의가 크며, 셋째, 중국의 북극권 진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희토류의 보고 그린란드

BBC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관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는 석탄, 아연, 동, 희토류, 철광석, 희소광물 등 풍부한 자연자원 때문이다.

‘공업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토류는 군용 레이저 유도무기나 미사일에서부터 휴대전화, 전기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 제품에 주원료로 쓰인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지난 2월 발표한 연간 희토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70.5%를 차지했다. 미국은 지난 2014~2017년까지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희토류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희토류 원소.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그린란드와 희토류를 공동 채굴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FT는 “그린란드에는 약 3850만 톤의 희토류 산화물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 다른 곳의 희토류 산화물 총량은 약 1억2000만 톤”이라고 전했다.

2011년 마운틴 패스 희토류 광산과 그 인근 위성 이미지.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그린란드의 군사 전략적 의미

그린란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불과 36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전략폭격기(핵무기 탑재 폭격기) 운용에는 최적지다. 이에 미국은 덴마크와 군사 방위조약을 맺고 1951년부터 그린란드에 툴레 공군기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툴레 공군기지는 세계 미군기지 전체를 통틀어 최북단 기지다.

이 공군기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경보기와 위성추적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제12 우주 경보 중대(12th Space Warning Squadron, 12 SWS) 레이더 기지의 본거지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북대서양 항로와 긴밀하게 연결돼 그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극 패권 경쟁으로 그린란드가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캐나다와 북극 사이 바다는 빙하로 가로막혀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줄어들면 2~3년 이내로 러시아 동북부에서 캐나다 북부 해역, 유럽을 잇는 북서항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린란드가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에 대항할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이며,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경제적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로 풀이됐다.

중국 공산당 확장 방지 목적

하지만 무엇보다 최근 이 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미 국방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북극권까지 군사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중국이 북극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발한 활동은 이 지역에서 중국 군사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덴마크의 국방대학 군사행동연구소 존 라벡 클레멘센 교수의 말을 인용해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외국 투자를 받아 경제 기반을 만들어야 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중국은 그린란드에서 광업과 인프라 투자에 관심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그린란드 전문 자문가인 데이미언 드죠르즈는 트럼프의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은 “우리가 중국인보다 먼저 그것을 사자”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BBC도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무원(행정부)은 지난해 1월 ‘중국의 북극 정책’ 백서를 발간해 자국을 ‘근(近) 북극 국가’로 칭하며 북극 항로의 개발 이용을 통해 공동으로 ‘빙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백서를 통해 북극 지역에서 많은 과학연구와 환경보호를 주창하며 북극의 석유, 가스, 광물 자원 개발과 어업, 관광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사실상 중국의 북극 진출을 공식 선언한 셈이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19년 5월 중국공산당이 인프라 프로젝트와 상업 투자를 추진함으로써 북극 지역 사업에 참여하려 하고 있으며 점검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사용한 ‘근북극 국가’라는 단어도 부인했다.

중공이 2018년 1월에 발표한 ‘북극 정책’ 백서. | 백서 캡처

그는 “북극 국가와 비북극 국가만 있을 뿐 제3종은 없으며 어떠한 다른 표현도 중국에 어떠한 권리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북극 국가는 통상 영토가 북극해에 걸쳐 있는 러시아·미국·캐나다·덴마크·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를 가리킨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중공은 그린란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과학연구소와 위성기지국 건설, 공항 개조, 채굴 확대 등을 거론해 미국 정부의 우려를 불러왔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의 일환으로 중국이 북극권으로의 진출 교두보로 그린란드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5월 미 국방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북극권까지 군사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북극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발한 활동은 이 지역에서 중국 군사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보고서에는 북극이라는 단어가 1번 나왔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북극을 21회 언급했다.

앞서 중국이 북극권에 있는 세계 최대 섬 그린란드의 공항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추진하던 전략적인 투자가 지난해 미국과 덴마크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스프투니크 통신과 디펜스 뉴스가 보도한 바 있다.

매체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이 36억 덴마크 크라운(약 6325억 원) 규모 그린란드 공항 확충공사에 참여하려는 것을 안전보장상 이유를 들어 제지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그린란드 정부가 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대출금 5억 5500만 달러(6737억 원)를 상환할 수 있을지도 우려해왔다.

미 국방부는 중국 공산당이 그린란드로 확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진은 펜타곤. | SAUL LOEB/AFP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월 핀란드에서 열린 북극이사회에 참석해 중국의 북극 지역 투자와 관련해 미국과 북극 국가들은 경제적 이익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투명한 투자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