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프간 난민 유입 막으려 터키 국경에 장벽 건설

2021년 08월 22일 오후 11:04 업데이트: 2021년 08월 23일 오전 8:40

그리스가 터키와 접경지역에 40km 길이의 철제 장벽과 감시 시스템을 설치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하는 사태에 대비해서다.

2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장벽이 세워진 에브로스 지역을 시찰 중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경은 침범받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장벽이 완성됐으며 적극적으로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보호부 장관은 “아프간 위기의 충격을 수동적으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면서 “첨단 자동 감시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아프간 난민 유입은 저지될 것”이라는 표현으로 장벽이 아프간 난민의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에브로스 강변에는 이전부터 12km의 국경장벽이 설치돼 있었으며, 최근 연장 공사를 통해 40km로 증설한 것으로 여겨진다. 장벽의 높이는 6m이다.

그리스가 터키와 국경지역인 에브로스 강 인근에 세운 철제 장벽 | 터키와 그리스의 국경인 에브로스 지역에 세워진 장벽 일부 | REUTERS/Alexandros Avramidis/File Photo/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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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터키 국경지대를 흐르는 에브로스강 인근 국경 장벽 옆을 경찰차가 순찰하고 있다. 2021.5.21 | Giannis Papanikos/AP Photo/연합

탈레반의 공세가 본격화된 이후 유럽 각국은 아프간 난민을 포함해 중동발 불법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 당국도 아프간 난민 유입을 경고하고, 수개월 전부터 국경 수비를 강화했다.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는 그리스는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난민 위기 당시, 터키를 경유해 건너온 약 1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이들 대부분은 그리스를 통과해 유럽 각지로 흩어졌지만 약 6만명은 그리스에 정착했으며, 이후에도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온 이민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는 올해 탈레반이 아프간 여러 곳을 점령하기 시작하자, 2015년의 난민 위기가 반복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경 수비대 관계자는 “그리스가 다시 유럽의 관문이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경을 맞댄 터키의 ‘난민 패스’ 선언도 그리스의 공포감을 부추겼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9일 아프간 난민 급증 우려와 관련해 책임을 홀로 떠맡을 수는 없다며 유럽 각국에 수용 분담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의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며 “유럽은 자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국경을 엄격히 봉쇄하는 식으로 난민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며 “터키는 유럽의 난민 창고가 될 의무도 책임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 날 그리스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피난민 급증은 양국 모두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유럽이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주 망명 신청 중인 불법 이민자들의 유럽행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을 모두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