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은행을 설립했나…동기부여 전문가 부이치치의 결단

2021년 07월 12일 오후 2:53 업데이트: 2021년 07월 13일 오전 10:11

낙태반대 운동 검토했다는 이유로 직장서 경고 없이 해고
미 은행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내세워 낙태기관에 기부
“ESG 경영, 기업에 반시장적 이념 잣대 들이대겠다는 것”
“은행 세워 신앙·표현의 자유 수호하는 개인 지원하겠다”

세계적인 동기부여 연설가 닉 부이치치가 신앙과 생명 존중에 기반한 새로운 은행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배척하고 보이콧하는 캔슬컬처(Cancel culture·취소문화) 극복을 위해서다.

부이치치는 유전질환으로 두 팔과 오른쪽 다리 없이 짧은 왼발만 지니고 태어났지만,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둔 생명 존중과 낙천성을 통해 신체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힐링, 생명의 숭고함을 전하고 있다.

전 세계 순회 강연을 통해 수백만 명에게 자신의 삶에 충실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온 그는 지난 2013년 한국 SBS ‘힐링캠프’에서 출연해 한국인들에게도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라. 나는 날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부이치치가 마주친 것은 신체적인 난관만이 아니었다. 그는 직장이었던 은행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쫓겨나듯 해고됐고, 음해성 거짓 기사의 공격을 받았다. 집에 수류탄이 던져지기도 했다. 모두 낙태를 반대한다는 게 이유였다.

부이치치는 최근 에포크타임스가 개국한 온라인방송 에포크TV 탐사보도 프로그램 ‘크로스로드에 출연해 “일하던 은행에서 사전 경고 없이 해고됐다. 신용카드와 직불카드가 동결됐다. 은행 측은 나를 고객으로 평가했고 완전히 관계를 단절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은 자신이 설립한 지체장애인 지원단체 ‘사지 없는 삶(Life Without Limbs)’ 소속의 한 이사로부터 단체 명의로 낙태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였다. 부이치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전에 온갖 시달림이 쏟아졌다”고 했다.

부이치치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태아의 살 권리를 존중하는 은행인 ‘친생명 은행(Pro-life Bank)’을 공동 창업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 은행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라 미국 최대 낙태시술 클리닉에 기부하고 있다”며 “친생명 은행은 종교적인 영리단체이며, 낙태에 자금을 대지 않은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은행은 우리의 신앙에 따라 순이익의 50%를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면서 신의 뜻을 행하는 유대-기독교 계열의 비영리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이치치는 최근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ESG 경영이 도입되면 민간 기업이 특정 개인을 상대로 ‘환경 친화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배기량이 큰 터보엔진 장착 차량을 예로 들어 “환경에 해를 끼치는 차량 소유자는 2등 시민으로 분류된다. 탄소배출권에 관련이 된다. 그 사람이 환경에 끼치는 해악의 정도에 따라 분류되고, 신념과 소비 패턴에 따라 사회적 관계가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동기부여 연설가, 왜 ‘ESG 경영’ 배제한 은행 설립했나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의제로 ‘비즈니스의 재정의’를 선정하고  ESG 지표를 “기업 성패를 가를 요소”라고 발표했다.

WEF 창립자 겸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 역시 세계 경제를 ‘주주(shareholder)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 핵심 도구로 ESG 지표를 제시했다.

이해관계자는 주주뿐만 아니라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개인, 단체, 소비자, 노동자, 하청업자, 협력사 등을 가리킨다. 기업 운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는 정부와 사회까지 포함한다(WEF 보고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공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즉 기업이 소유주나 주주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ESG 지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WEF는 작년 9월 ESG 지표에 기반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평가 지침’을 발표했다(PDF).

△환경(E) 지표는 온실가스 배출, 토지 사용 규모, 물 소비량, 대기, 수질 오염 등을 반영하고 △사회적(S) 지표는 연령·성별·인종 혹은 그 밖의 다양성에 따른 임금 격차 발생 여부, 직장 내 차별·괴롭힘 사건의 발생 건수, 직원에 대한 건강·웰빙프로그램 제공 여부와 직원 참여도,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 등을 고려한다. △지배구조(G) 지표는 성별에 따른 임직원 비율, 이해관계자의 참여율, 각 사회적 그룹을 대표하는 직원의 비율 등에 따라 평가될 수 있다.

ESG 지표는 단순한 권고 사항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WEF는 향후 은행과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ESG 지표에 따른 기업 평가가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ESG 경영을 강조하는 미디어 홍보와 금융기관의 연구 보고서 발표도 시작됐다.

The headquarters of 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미국 워싱턴에 있는 증권거래위원회 본부 청사 휘장 | Sauk Loeb/AFP via Getty Images/연합

투자자문회사인 윌리스타워스왓슨(WTW)은 “20여 개국 170명 이사진을 인터뷰한 결과 유럽과 북미에서 임금 형평성이 주된 관심사”라고 밝혔다. WTW는 한 유럽 회사에서는 이사진이 경영진에게 이익률 상한선을 설정하고 ESG 경영과 지속 가능한 경영에 우선 투자하도록 해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WTW는 또한 ESG 지표가 우수한 기업은 금융업체로부터 우선 투자, 더 낮은 대출이자, 지속적인 자본유입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홈페이지에 실린 ESG 지표에서도 비슷한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링크).

SEC는 △환경 지표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의 요인(에너지 사용 혹은 오염물 배출) △사회 지표로는 다양성, 포용성, 인권, 특정한 신념(신앙) 기반 여부, 전 세계의 직원과 소비자, 거래업자의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 회사와 사회 사이의 관계 △지배구조 지표는 투명성, 규정 준수, 윤리성, 주주의 권리, 이사회 구성 등을 언급했다.

나스닥은 이미 성별·인종·국적(민족) 외에 성적 지향성까지 고려해 고용 인원에 할당제를 부과하는 다양성 규칙을 제안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정책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버튼은 “나스닥의 규칙은 사회적 정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개념을 담고 있다. 이 규칙이 확대되면 임금·소득·고용이 감소해 미국인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정치·경제·외교·안보 정책을 연구하는 보수성향 연구재단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유, 작은 정부,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강조한다.

자유를 강조하는 미제스 연구소(Mises Institute)의 연구원 헌터 헤이스팅스와 피터 클라인은 “현재 미국과 유럽의 기업 경영환경이 ESG뿐만 아니라 다양성, 형평성을 반영하지 않으면 배척하는 정실주의(cronyism)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The Nasdaq digital billboard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에 걸린 나스닥 전광판 | Kena Betancur/AFP via Getty Images/연합

두 연구원은 “자유로운 시장에서 자발적 교환을 통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에서 이탈해 정부의 지시와 특정한 흐름과 기대에 맞추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모호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비시장적 행동이자 특정 지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들이 ‘깨어난(Woke)’ 경영을 광고하고 내부 교육을 하면서 기존 경제질서를 파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비경제적이고 반(反)자본주의적인 행동의 근원인 기업 인사관리 부서에까지 ‘그람시의 긴 행진’이 도달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사람들이 종교적 신념, 신앙을 가지고 있는 한 합법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정부를 전복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무산 계급 혁명은 종교·도덕·문명의 전복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탈리아의 정치인으로, 이탈리아 공산당을 세운 인물이다.

그람시는 서구사회를 내부에서 전복하기 위해 훗날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기관들을 통한 긴 행진(the long march through the institutions)’으로 명명된 지위 쟁탈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슈아 필립, 얀 제키엘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