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 50회 띄운 中 무력시위, 역효과만…대만 국회 “美와 수교 추진”

류지윤
2020년 10월 8일 오후 3:47 업데이트: 2020년 10월 8일 오후 4:12

대표적 친공세력인 국민당도 “미국 손잡자”

대만 여야가 지난 6일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초당파적 협력을 성사시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결의안을 발의한 의원이 야당인 국민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만 정계는 민진당은 친미반공, 국민당은 친중친공 구도였다.

그런데 국민당이 중국 공산당에 등을 돌리는 내용의 결의안을 내놓은 데에는 뜻밖에도 중국 공산당의 역할이 주요했다.

국민당은 “15일 연속 군용기를 출격시킨 중국 공산당의 움직임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이에 따라 외교·경제·안보·방위 분야에서 대만을 돕는 미국과 국교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의안 취지를 밝혔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중국 공산당은 중국-대만 사이 실질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사상 최다 횟수인 총 49차례 침범했다.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는 총 253대였으며, 대만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투기를 출격시키느라 1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지출해야 했다.

양안 간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대만 사회의 경제적 피해와 국민적 불안감 증폭 등으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국민당도 더는 친공산당 노선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효과를 냈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중화민국)과의 외교관계가 끊어지게 되자, 우방이었던 대만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국내법인 ‘대만 관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대만의 군사력을 미국이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 법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며 폐기를 요구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꾸준히 대만과 외교관계를 강화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크라크 차관(왼쪽), 장중머우 전 TSMC 회장(오른쪽)과 기념사진 찍는 차이잉원 총통 |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대만 동맹 국제보호 강화법’(일명 타이베이법)에 정식 서명했다. 이 법은 대만의 안전·번영에 중대한 손실을 끼치는 국가에 대해 미국 정부가 관계 조정을 검토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8월에는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접견했고, 9월에는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대만을 방문해 광범위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만을 상대로 무기 판매도 늘리기로 했다.

미국 의회 내 대중 강경파는 더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톰 티파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달 17일 “미국은 대만과 단교 이전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며 국교정상화 법안을 제출했고, 다음날 릭 스콧 상원의원은 중국(공산당)의 대만 침공 시 미군 개입을 명문화한 법안을 제출했다.

한편, 대만 총통부는 대만 입법원(국회격)의 ‘미국과 국교 정상화 추진’ 결의안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총통부 대변인은 “입법원의 결의를 존중한다”며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굳건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계적으로 착실한 협력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면서 기존 방침에 별다른 변경점을 두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이유로 “대만이 강한 자기방어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전쟁에 대비한 국방력 강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민진당 소속인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미국과의 수교와 단절 모두 국민당에서 한 일”이라며 “국민당이 드디어 제정신을 찾은 것 같다”며 국가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