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권 장악한 시진핑, 장쩌민 처리는 법대로?

프랭크 팡
2015년 09월 10일 오후 6:24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후 9:11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3일에 있은 열병식에 중산복을 입고 나타났다. 중산복은 중국 근대혁명의 아버지 쑨원이 고안한 옷으로, 그의 호 ‘중산’을 붙인 것이다.

쑨원은 일상생활은 물론 공식 석상에서도 중산복을 즐겨 입었고 이후 마오쩌둥 등 국가 지도자들도 예복으로 사용했다. 이날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등 원로 지도자들이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장쩌민은 톈안먼(天安門) 성루 중앙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바로 왼편 첫 번째에 앉았고 그 옆으로는 후진타오가 자리했다.

원자바오(溫家寶)·주룽지(朱鎔基)·리펑(李鵬) 등 전 총리들도 참석했다. 열병식이 진행되는 중간에 시 주석이 장쩌민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 주석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30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은 조국의 안보와 인민의 평화로운 생활이라는 신성한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신성한 사명을 띠고 있다”며 “전쟁은 거울과 같아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면서 현재 시대의 흐름은 평화와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열병식은 내부 정치적 목적도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 이래 전방위적인 반부패 캠페인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등을 통해 정치, 군사적 장악력을 높여온 시 주석이 이번 열병식에서 1인 권력 체제를 더욱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 관측통은 시 주석이 이례적인 열병식을 열게 된 배경에는 점점 반발력이 커지고 있는 사회, 공산당 개혁, 경제 개혁에 대한 동력과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 깔렸다고 해석했다.

시진핑은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중국 각계에 포진한 장쩌민파(波)를 제거해왔다.

중국 시사전문가 천포쿵(陳破空)은 “장쩌민과 쩡칭훙(曾慶紅)이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해서 이들이 제거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본지 칼럼니스트들은 장쩌민의 강력한 조력자인 쩡칭훙 전 부주석이 다음 제거 대상이라고 예측한다.

은퇴한 중국공산당 관료 신지링(辛子陵)도 같은 의견이다. 신지링은 전 인민해방군국방대학교 편집국장을 지낸 인물로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해 중국 당국의 검열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공산당 선전 담당자들이 그의 발언이나 연설을 검열하지 않는 걸로 알려졌다. 신지링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분명히 장쩌민을 열병식에 참여시켜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반부패를 통한 장쩌민파 척결이라는 기본 노선에는 변함이 없다. 장쩌민에 관한 어떤 소식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장쩌민이 (이번 열병식에서) 대중 앞에 선 것이 그가 자유의 몸이 되었거나 위기를 모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8월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당 원로들의 정치 개입을 이례적으로 비난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지금까지 당의 많은 지도자가 퇴임 후 정치에 간섭하지 않고 당원으로서 명예와 지조를 지켜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지도자는 퇴임 후에도 사신을 보내는 방식 등으로 자신이 맡았던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퇴임 후 정치에 간섭하는 일부 지도자는 후임자가 말을 듣지 않으면 의리보다 권세나 사욕만을 추구하는 소인배라고 비난을 하며 후임자들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원로들의 간섭으로 후임자들이 과감한 정책 결정이나 시행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가에서는 인민일보의 이 같은 비난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원로 세력의 정치 간섭에 대한 현 지도부의 공개적인 경고로 풀이하고 있다. 이 사설이 보도된 후 본지는 베이징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장쩌민과 그의 두 아들, 쩡칭훙을 일시 연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로부터 얼마 후인 8월 21일 중국 베이징 공산당 중앙당교 남문에 있는 장쩌민 전 주석의 친필 비석이 철거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련의 징후가 장쩌민 몰락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신즈링은 “장쩌민은 8월 말 현재 16만 명에게 고소당했다. 이 숫자는 대중의 의지가 기반이 된 것이다. 이제는 장쩌민 문제가 법적인 절차를 통해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장쩌민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에는 장쩌민 고소·고발 열풍이 불고 있다.

8월 말 전 세계 17만 5000명 이상의 파룬궁 수련자와 친족이 각종 경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 최고 검찰원, 최고 법원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해 반(反)인류죄, 혹형죄, 집단학살죄 등 죄명으로 장쩌민 전 중공 국가주석 고소하고 파룬궁 탄압을 주도한 장쩌민 처벌을 요구했다. 중국 고위층에 대한 민중의 대대적인 고소 열풍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신즈링은 “장쩌민이 집권한 10여년 동안 파룬궁 수련자를 박해하고 이들의 장기를 적출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때문에 장쩌민은 자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일 중국 법원은 공식적으로 “소송이 있으면 반드시 심리하고, 안건이 있으면 반드시 입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