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단체 “중국 정부가 대만과 홍콩의 언론자유 공격”

니콜 하오
2020년 01월 3일 오후 11:17 업데이트: 2020년 01월 4일 오전 12:20

중국 정부가 홍콩·대만의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다양한 조치를 전개했다고 미국 비영리 단체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감시가 세계로 확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보고서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대만 총선과 관련해 중국이 언론을 통제하려는 증거를 제시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언론인 권익 보호 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2019년 12월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 특별행정구와 독립 정부가 통치하는 대만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은 현지 언론사에 편집 내용을 검열하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해 왔다.

홍콩과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기는 하지만, “언론 자유 사수를 위한 전투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홍콩은 반년 이상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대만은 1월 초 총통 선거를 앞두고있다. 중국 정권이 언론을 포함한 사회 각 층에 침투한 정황이 보고서에 정밀하게 드러났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언론사의 소유권을 획득하고, 재정적 책략으로 언론사 소유주를 압박하고, 언론인들을 협박하는 등 언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조치를 전개해 왔다.

홍콩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언론 뿐만 아니라 홍콩인의 자유는 심각한 압력을 받았다.

홍콩기자협회의 집계 자료에 따르면 홍콩의 26개 주류 언론사 중 9곳이 중국 당국이나 중국 공산당원이 이끄는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홍콩 민영 방송인 ‘TVB’와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대표적이다.

중국 본토 거주자는 아니지만 중국 정권 내에서 정치적 지위가 있는 중국 기업인들이 여러 매체를 통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홍콩 뉴스 조직체의 절반 이상이 본토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매체는 표적이 됐다. 홍콩 최대 일간지 빈과일보의 소유주인 넥스트 디지털사의 지미 라이(Jimmy Lai) 회장은 2019년 7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난 뒤 본인이 중국 관영 선전 매체의 공격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 라이 회장은 홍콩 언론재벌 중 유일하게 반중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인사다.

2019년 8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라이가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외세와 공모해 홍콩 문제에 개입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2019년 3월, 제4대 홍콩 행정장관을 지냈고 현재 당 자문기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임위원인 렁춘잉(梁振英)은 애플데일리 광고주 불매운동을 목표로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시작했다. 애플데일리에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압박한 것은 중국의 정치 노선을 벗어난 기업에 영리 획득을 방해하는 중국 공산당의 전술과 일치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민주주의 언론사와 언론인들도 다양한 공격에 시달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라이 회장의 자택은 2015년과 2019년 9월 두 차례 소이탄 공격을 받았다. 2015년 소이탄 공격 당시 그의 회사 본사도 공격받아 화염에 휩싸였다.

홍콩 언론인 케빈 라우는 2014년 1월까지 친 민주 성향 신문 밍파오(明報) 편집국장이었다.  편집장이 교체된 다음 달, 라우는 가해자 2명이 칼로 등을 6번 내리쳐 큰 부상을 입었다. 가해자들은 체포됐고 그 사건으로 19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2019년 11월에는 홍콩 에포크타임스 인쇄소 직원들이 교대하는 동안 복면을 쓴 침입자 4명이 일부 장비에 불을 지르는 방화 공격을 받았다.

라우 기자처럼 공격의 대상이 된 언론인은 이미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로 유명해진 이들로 중국 공산당의 타깃이 됐다. 라우 기자를 공격한 범인은 처벌을 받았지만, “궁극적인 책임자에게는 유죄판결을 내리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홍콩 기자들은 또한 중국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면 중국 본토 비자를 거부당하고, 외신기자들은 홍콩 체류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대만

대만은 홍콩과 달리 중국 본토 법인이나 언론사의 개인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금지 조항이 있어도 홍콩처럼 언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막지 못했다.

중국 정권과 밀접한 관계가 없는 개인이 사업적인 목적으로 매체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대만도 중국 정권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상업 광고는 금지하지 않는다.

2008년 친 중국 성향의 대만 기업가 차이옌밍이 대만의 최대 미디어 회사 중 하나인 왕왕그룹을 인수하면서 대만 언론에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됐다. 왕왕그룹은 중국시보(The China Times) 외 5개 매체, TV 방송사 3곳, 뉴스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8개 앱을 소유하고 있다.

2012년 3월, 중국시보는 중국 남부 푸젠성의 고위 지도자 쑤수린이 대만을 방문한 내용을 실었다. 대만 독립 뉴스 사이트인 뉴토크(新頭穀)는 후에 푸젠 당국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국시보에 보도 비용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중국시보는 불법으로 중국 당국을 선전하는 광고를 실은 혐의로 18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2019년 4월, 니혼게이자이 아시아 리뷰는 “왕왕그룹이 2004년부터 중국 국고보조금 5억8670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회사 측은 보조금이 자사 미디어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2019년 5월, 대만의 정보기관 국가안보국 부국장 빈센트 첸원판은 입법 청문회에서 일부 대만 언론들이 중국 정권에 협조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고 말했다.

왕왕그룹과 중국 관영매체 베이징데일리는 2019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대만 언론사 임원 및 해설위원 85명이 참석한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왕양은 기자들에게 홍콩에 적용돼 온 ‘일국양제’를 홍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정권은 대만에 현재의 정치 체제와 자유를 유지하면서 본토와 재결합 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2019년 8월 베이징데일리가 검토한 계약서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최소 다섯 군데의 대만 언론 단체에 중국에 유리한 보도를 해준 대가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