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 두각, 젊은층 환호…당 지도부 시기심 부른 마윈의 추락

강우찬
2021년 04월 22일 오전 1:50 업데이트: 2021년 04월 22일 오전 1:57

자신보다 돋보이면 깎아내는 공산주의 정권의 민낯

한때 잘나갔던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현재 중공의 ‘응징’을 받고 있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윈이 어떻게 시진핑과 사이가 나빠져 182억 2800만 위안의 벌금을 받게 됐는지,  여전히 뒤숭숭한 운명에 처했는지 분석했다.

FT는 지난 15일 ‘사라진 부자: 마윈은 어떻게 시진핑의 노여움을 샀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는 마윈이 2015년 고위층에 올라 시진핑의 미국 방문에도 동행한 적 있지만, 그 후 존재감이 너무 두드러지는 바람에 중공 고위층의 빛을 가려 보복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사업가 기질 마윈, 중공 체제 연거푸 비판

지난해 10월 상하이 금융 포럼에서 마윈이 한 깜짝 발언이 ‘체제’를 비판해 시진핑을 화나게 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의 조사 결과 마윈은 중공 고위층과 오랫동안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마윈이 ‘중국 경제의 리더’가 돼 국제무대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마윈에겐 ‘세계 자산의 거물’, ‘중공의 비공식 친선대사’ 등 각종 빛나는 칭호가 있는데, 지난해 전염병 초기엔 수천 개의 인공호흡기와 1억 장이 넘는 마스크를 세계 각국에 기증하기도 했으며 UN 위원회 소속으로 그가 교류하는 사람엔 왕실 멤버, 대통령, 총리도 포함돼 있다.

중국 내에서의 영향력도 막강해 젊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마 아빠(馬爸爸)’로 불린다. 하나의 권력 중심만 허용할 수 있는 중공 치하에서 마윈의 흡인력은 위험 신호가 됐다.

2011년 알리페이를 인수하겠다는 마윈의 일방적인 결정은 당시엔 상당히 대담한 움직임이었다. 2019년 9월 알리바바가 앤트파이낸셜 지분 33%를 취득하면서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은 마윈이었다. 큰 바둑을 두는 마윈은 이때 하나하나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점점 커졌을 것이다.

인터넷 거물들 모임에 혼자만 초대 받지 못한 마윈

매년 중공의 주최로 열리는 ‘우전(烏) 세계인터넷 대회(World Internet Conference)’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인터넷 거장들이 모여드는 ‘우전의 밤’ 연회였다.

이 연회에는 마화텅(馬化騰), 양위안칭(楊元慶), 류창둥(劉東), 레이쥔(雷軍), 딩레이(丁磊) 등 중국의 인터넷 거물들이 모두 참석한다. 하지만, 2017년의 우전 WIC에 마윈은 4년째 불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윈과 가까운 누군가는 “마윈이 푸대접에 분노했고 성질을 냈다”고 말했으며 관계자는 “그의 자아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우전 저녁 연회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마윈은 “참석할 생각도 없고 초대하는 사람도 없다”며 “믿거나 말거나 만약 진짜로 연회를 열고 싶었다면 나는 세계적인 엘리트를 초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윈, 세계적인 연회 열고 시진핑 심복만 배제

몇 달 뒤인 2018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마윈은 실제로 ‘세계적인 연회’를 벌였다.

다보스 포럼 첫날 밤, 그는 국제적인 ‘오랜 친구’ 30여 명을 초대해 이른바 중국 문화 성찬에 참석했다. 각국 국왕과 왕비, 대통령, 총리, 국제기구 수장 3명 그리고 빌 게이츠 등 서방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던 시진핑의 심복인 류허(劉鶴)는 연회에 불참했다. 중국의 금융산업을 이끄는 책임을 맡은 그는 다음 날 다보스에서 연설이 있었다.

영어 교사 출신인 마윈은 각국 정상들과 유창한 영어와 날카로운 유머로 자유자재로 소통했다. 중공 관리들의 어눌하고 경직된 말투와는 현저히 달랐다.

“중공, 마윈이 세계 무대서 中 상징 되는 것에 불편”

파이낸셜타임스는 공산당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사기업 비즈니스맨 신분의 마윈이 그들을 대표해 세계에서 발언하는 것이 중공 지도층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마윈의 한 파트너는 지금의 마윈은 ‘신하의 공이 높아 임금의 권위를 덮어버린 꼴’이고 “그들(중공)은 그(마윈)가 세계 무대에서 중국(중공)을 대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보스 연회 이후 마윈은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보르도로 향했고 그곳에서 성과 포도밭을 사들였다. 4월에는 쁘라윳 태국 총리, 5월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압둘라 2세 요단 국왕을 만난 데 이어 2018년 여름에는 세계 수도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반년 넘게 해외에서 지냈다.

중공 정부 측의 불안감은 점점 뚜렷해졌다. 항저우시(杭州市) 정부와 가까운 한 인사는 “그(마윈)가 공개석상이나 사석에서 한 모든 말은 중국(중공)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며 마윈은 집에 돌아오면 상부에 모든 상황을 보고해야 하고 그들은 그의 여행 정황을 묻는다고 덧붙였다.

중공 언론들 선동…롤모델·개척자에서 사악한 자본가로

마윈이 지난해 11월 자신이 제작하고 심사위원을 맡은 프로그램 ‘아프리카 창업자’에 불참하면서 가택 연금 또는 싱가포르 도피설이 나돌았다.

마윈이 더 많은 귀찮은 일에 빠져들면서 명망은 땅에 떨어졌다. 중공 언론의 선동으로 중국 대중의 정서가 바뀌어 ‘마 아빠’는 모두의 적이 되어 버렸고, ‘악당’, ‘사악한 자본가’, ‘뱀파이어’로 불렸다. 한 작가는 마윈의 ‘열 가지 죄’를 늘어놓았으며 일부 사람은 그를 ‘아들’ 또는 ‘손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하순의 어느 추운 일요일, 3개월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마윈은 갑자기 한 외딴 초등학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학교에서 그의 자선활동을 보여주는 짤막한 영상을 찍었는데,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여전히 ‘자유의 몸’으로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이번 여정은 편집된 동영상 한 편이었지만 곧장 전 세계의 헤드라인이 됐다. 마윈이 모습을 나타내자 당시 알리바바의 자금 조달 계획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윈이 사실 어쩔 수 없이 혹한을 무릅쓰고 몇 시간에 걸쳐 시골로 내려가 이 동영상을 찍었을 것이라며 이는 마윈이 구름 위에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잔혹하게 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몇 달 전만 해도 그는 앤트파이낸셜의 370억 달러 IPO로 세계적인 부러움을 샀던, 위풍당당한 세계적인 비즈니스 리더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