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4% “韓, 북핵 대응 위해 자체 핵무기 개발해야”

아산정책연구원 ‘북핵 위협 인식과 대응’ 보고서

이윤정
2023년 04월 6일 오후 10:46 업데이트: 2023년 04월 6일 오후 10:46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 약 64%가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산정책연구원 제임스 김 선임연구위원과 강충구 책임연구원, 함건희 선임연구원은 4월 6일 ‘변화하는 대북 인식: 북핵 위협 인식과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대북 인식, 북한 위협, 북핵 위협 대응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조사한 이번 보고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안보 위협이 높아진 시점에서 북핵 위협과 그 대응에 대한 국내 여론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점차 늘었다. 2012~2013년 3~4회였던 도발은 2014~2015년 연 8회로 늘었다. 2016~2017년에는 각각 연 16, 17회나 도발했다. 정세가 반전된 2018년에는 북한이 도발을 멈췄으나,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북한은 2019년에 도발(11회)을 재개했다. 2022년 북한의 도발은 38회에 이르렀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북한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며 다소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을 부정 이미지와 연관 지은 답변은 66.5%였다. 긍정, 중립 이미지는 각각 18.5%, 9.7%로 부정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연령대별로는 부정 이미지가 60세 이상 77%, 30대 76%, 50대 71.4%, 20대 66.4% 순으로 많았다.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절반 이상이 ‘김정은 등 독재자’(34.2%), ‘핵무기’(32.3%) 등 부정 이미지를 연상했다. ‘한반도 통일’을 떠올린 비율은 12.5%, ‘사회주의 정치체제’(8.7%), ‘남북 경제협력’(6%), ‘계획경제’(1%)라고 답한 비율은 모두 10% 미만이었다.

한국 안보에 큰 위협으로는 북한 위협, 중국 부상, 신냉전구도를 꼽았는데, 북한 위협을 1, 2순위로 꼽은 비율이 높았다.

이 가운데 단일 요인으로는 북한을 가장 큰 안보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핵무기 등 북한 위협이 우리에게 큰 위협이라고 한 비율은 43%였고, 차순위 위협으로 꼽힌 중국의 부상, 신냉전 구도는 각각 34.8%, 33%였다.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며 우리나라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 물었을 때, 사용할 것이란 답은 43.1%였다(사용하지 않을 것 54.2%). 이는 지난해 같은 문항 대비 조사 결과보다 9.8%p 감소한 수치다.

2010년 이래 한국인은 50% 내외가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한반도 안보 보장 신뢰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일시적으로 흔들렸지만, 북한 도발이 늘면서 2022년에는 52.9%가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봤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본 비율은 2012년 47.9%로 최저치, 2017년 61.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우려가 상황에 따라 증폭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책적 함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북한이 미국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갖출수록, 한국인은 미국이 한국을 위해 대북 핵 보복을 할지에 대해 더 의문을 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64.3%가 찬성했다. 다만 국제사회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는 54.7%가 자체 핵 개발에 찬성했다. 또 미국 전술핵무기를 우리나라에 배치하자는 주장에는 61.1%가 찬성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 제재를 고려했을 때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지지가 독자 핵무기 개발에 비해 높게 나온 점은 유의할 만한 결과”라고 했다.

덧붙여 “핵무장 추진 과정에서 국제 제재라는 현실적 제약에 직면할 경우에는 한국인이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를 더 선호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