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일상 파고든 마약…검찰, 4개 권역에 특별수사팀 설치

이윤정
2022년 10월 15일 오후 3:31 업데이트: 2022년 10월 15일 오후 3:31

이원석 “항만·공항서 마약 원천 차단할 것”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SNS 통한 손쉬운 구매 심각
미국, 펜타닐과 전쟁 중…“주요 공급처는 중국”

검찰이 마약 범죄에 대한 총력 대응을 선언한 가운데 주요 항만과 공항이 있는 서울·인천·부산·광주에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대대적인 마약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등 4개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개설할 방침이라고 14일 밝혔다.

특수팀은 관세청과 국가정보원 등 유관기관과도 적극 협력해 마약 유통부터 투약까지 뿌리 뽑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수사팀당 10~15명의 마약 전담검사와 마약 수사관이 배정된다. 유관기관 인원을 포함하면 4개 팀에 총 70~80명이 파견돼 범정부 차원의 합동 단속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마약을 피자 한 판 값에 SNS로 직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마약 청정국은 인구 10만 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5000만 명 기준 1만 명) 이하인 국가를 가리킨다. 우리나라는 연간 마약사범이 1만 명을 초과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상태다.

이 총장은 “항만과 공항 단계에서 장벽을 충분히 쌓는다면 저희가 몇 년 안에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해 관세청과 적극 협력해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0월 14일 서울본부세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중화하는 마약…전국 하수처리장서 필로폰 검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달라”며 마약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을 검찰청에 지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범정부적 마약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의 취임 일성도 “마약범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수사를 전개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 의지를 천명한 것은 국내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급증함에 따른 조치다.

그동안 연예인·조직폭력배 등 유명인과 특정 집단에 국한됐던 마약이 최근 가정주부·학생·회사원·공무원·군인 등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국민의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약사범은 85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562명)보다 13.4% 증가했다. 이 중 20~30대 젊은 층이 56.8%를 차지했다. 10대 마약사범도 2011년 41명에서 지난해 450명으로, 10년 만에 11배가량 늘었다. 작년에 압수한 마약류 압수량도 1295.7㎏에 달해 2017년(154.6㎏)에 비해 5년 만에 8배 이상 급등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발표한 ‘하수역학 기반 신종·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에서 “전국 27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검사한 결과 모든 곳에서 필로폰 등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국내에서 마약 유통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것은 일반 대중도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SNS 등 온라인 불법 거래를 통해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아울러 마약 공급이 늘면서 필로폰 가격이 낮아지고 합성대마 등 저가의 마약이 등장한 것도 한몫했다. 기존 주사기 투약 방식이 아닌 캔디·패치 등의 형태로 거부감을 없앤 신종 마약이 등장한 것도 젊은층의 마약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마약 범죄 직접 수사권을 박탈당했던 것도 마약류 범죄 증가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의 마약 수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그사이 마약 조직이 국내에 확대됐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 10일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령을 개정해 마약범죄를 다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미국도 펜타닐과 전쟁 중…“주요 공급처는 중국”

미국에서 최근 펜타닐 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 연합뉴스

한편, 미국에서 최근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지난 9월 27일(현지 시간) “올해 5월 23일부터 9월 8일까지 미 전역에서 성인 3600만 명을 사망케 할 수 있는 분량의 펜타닐을 압수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펜타닐 원료의 주요 공급처가 중국임을 재확인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펜타닐의 약 70%가 중국에서 생산, 밀반입된다”고 밝혔다.

다음 날 AP통신은 “펜타닐을 대규모 생산·유통하는 두 마약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과 CJNG가 중국에서 펜타닐 원료를 구매한 후 미국으로 운반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판매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9월 “마약 위기라는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2018년 8월 16일 내각회의에선 “중국에서 온 펜타닐 위주의 마약이 범람하는 것은 거의 전쟁과 같다(almost a war)”고 경고했다.

중앙유럽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선임연구원이자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학자인 코우날라키스(Markos Kounalakis)는 2017년 11월 발표한 글에서 “21세기 중국 공산당이 미국을 상대로 벌인 아편전쟁에서 펜타닐은 무기 역할을 했다”고 썼다. 그는 “펜타닐이 수천수만 명의 미국인을 죽였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의 양면(two-faced)전략의 또 다른 예”라며 “이런 화학물질의 진정한 가치는 중국 공산당에 이익을 안길 수 있는 동시에 미국사회를 파괴하고 미국의 정치 지형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