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형외과 내부 영상 유출…IP카메라는 해외서 금지된 중국산

이윤정
2023년 03월 15일 오후 4:55 업데이트: 2023년 03월 15일 오후 4:57

최근 국내 한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촬영된 영상이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해당 병원에 설치된 내부 IP(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가 보안에 취약한 ‘중국산’ 제품으로 확인됐다. 미국, 유럽 등에선 이미 수입·판매가 전면 금지된 장비이기도 하다.

지난 2월 24~28일 나흘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수술실(치료실), 피부관리실, 탈의실 등 병원 내부 최소 3곳에서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에 무단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경찰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을 포함해 수십 명이 촬영된 해당 영상에는 환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도 포함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내 사이트에서 이 영상이 실린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중국 내 음란사이트를 비롯해 해외 불법 웹사이트에서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

유출 영상은 모두 병원 천장에 설치된 IP 카메라로 촬영됐으며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31개다. IP카메라는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돼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거리 제한 없이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거나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해 보안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해당 병원에 설치된 카메라는 중국 최대 CCTV 기업 ‘하이크비전(Hikvision)’ 제품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보안상 이유 등으로 이미 수입·판매 금지된 제품이다.

한국에서 IP카메라를 사용하는 인구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이를 해킹해 유출되는 일들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업소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반려동물 확인을 위한 ‘펫캠’을 비롯해 도난 방지용, 재택근무, 재택교육 등의 용도로 IP카메라를 사용하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가 발표한 ‘2021년 정보보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1%였던 국내 IP카메라 제품 이용률은 2021년 12.4%로 2년 만에 3배 증가했다.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A는 지난 9일 “국내에서 중국산 IP카메라의 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국내 2위 보안업체 SK쉴더스는 지난해 12월 ‘2023년 보안 위협 전망’에서 “중국 해커들이 다양한 IP카메라 해킹툴을 개발했다”며 “취약한 암호를 사용하는 장비를 타깃으로 하고 있고 한국이 주요 대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이크비전을 비롯한 중국산 통신 장비는 보안 문제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지난 2월 호주 국방부는 중국산 CCTV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 정부도 “호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인들의 사무실에서도 이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하이크비전을 포함한 8개 중국 기업과 기관을 블랙리스트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했다. 신장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 및 대규모 임의 구금, 감시 등을 위한 장비를 중국 공산당 당국에 공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1년 3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하이크비전을 비롯해 화웨이(華爲), ZTE, 하이테라, 다화 등 5개 중국 기업을 국가안보 위협 기업으로 지정했다. FCC는 지난해 11월 ‘장비 허가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업체의 장비에 대한 사용 허가 자체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해 11월 각 정부 부처에 보안 위험을 이유로 하이크비전 등 중국산 CCTV 설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