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못 넘는 디지털 위안화…中 인민은행 내놓은 해법은?

한동훈
2021년 02월 16일 오후 3:3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6일 오후 3:40

중국 공산당(중공)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디지털 화폐 유통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위안화로 달러 패권에 도전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중공이 디지털 위안화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달 초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인민은행과 스위프트는 지난달 16일 ‘금융 게이트웨이 정보 서비스'(Finance Gateway Information Service Limited)라는 명칭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분은 스위프트가 55%를 가져갔고, 중공 인민은행 산하 어음청산기관(CNCC), CNCC 계열 국제은행간지급결제회사가 각 34%, 5%, 3%씩 맡았다.

대표이사는 스위프트 중국 법인 최고경영자(CEO)가 맡았고 주요임원도 중국 출신으로 채워졌다.

디지털 위안화 사업을 추진해온 인민은행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위안화 영향력 확대를 위한 법인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미래혁신센터의 미래학자 아비슈르 프라카스는 “이러한 움직임은 디지털 위안화의 글로벌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중공이 달러 패권에 디지털 위안화로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고 분석했다.

프라카스 연구원은 “국제사회에는 아직 위안화를 주요 기축통화로 삼으려는 공감대가 없고, 탈달러 움직임도 없다”면서도 중공의 디지털 위안화 추진이 미중 간 새 전장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1977년 설립된 스위프트는 유럽과 미국 시중은행들이 국가 간 자금거래를 위해 설립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 1만1천여개 금융기관이 매일 스위프트의 네트워크를 통해 돈을 지급하거나 무역대금을 결제한다.

또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 간 달러 거래가 스위프트의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스위프트와 중공 금융기관 사이의 ‘합작’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을 미국이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프라카스 연구원은 조언했다.

중공의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에 대한 경고 메시지는 또 있다.

지난달 28일,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경제정책연구소 군터 슈나블 소장은 일본 닛케이 신문 기고문에서 미국이 틈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슈나블 소장은 중공이 2020년 5월말부터 위안화 절상을 방치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가 경기 부양 및 기후 정책 실행을 위해 연방준비은행(FRB)에 자금을 요청해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공의 시도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런던 소재 금융컨설팅 업체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셰 대표는 “유럽도 유로화로 시도해봤지만, 국제 무역결제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8~20%에 그친다. 위안화는 2%이며 금융투자의 비중은 더 낮다”고 CNBC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로셰 대표는 “위안화가 달러를 물리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환상”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위안화의 위협을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소리(VOA)는 중국의 인권지표를 언급하며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첨단 국민감시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대만 국책기관인 금융연수원 린스제(林士傑) 소장의 발언을 전했다.

린 소장은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시스템을 다른 권위주의 국가에 수출할 수도 있다”며 “현재 중국 민간에서 디지털 위안화 수용이 더디다.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린 소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디지털 화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17개국에서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출시된 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공은 전 세계에서 디지털 화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정권이다. 도입 이유는 거래 편의성, 위폐 방지, 화폐 제작비용 절감 등이다.

스위프트와 합작 이전에도 중공 당국은 북경, 심천(深圳·선전) 상해, 소주(蘇州·쑤저우)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바 있다.

중국 언론들은 디지털 위안화에 대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기존 모바일·전자결제 시스템과 별 차이가 없으며 “돈과 지갑 관계”라며 선전하고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나디아 섀들로 박사는 지난 1월 미국외교협회가 발행하는 격월간 잡지 ‘포린 어페어’에 기고문에서 중공의 핀테크(IT 기반 금융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섀들로 박사는 ‘핀테크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베이징은 핀테크를 이용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고지를 차지할 것이며 모니터링을 강화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5일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8개 앱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서명 45일 후인 2월 19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