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의전 서열 2위 박병석 국회의장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

최창근
2022년 02월 3일 오후 5:06 업데이트: 2022년 02월 3일 오후 5:06

시진핑, 리잔수 등 중국 공산당 지도부 만나
1세대 중국통, 중국 고위층과 친분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확산 속 한국 정부 고심 담겨

박병석 국회의장이 2월 3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여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정부는 코로나 19 상황 등을 고려해 보잉 737-300 공군 2호기를 제공했다. 공항에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가 배웅했다. 박병석 의장은 코로나 19 대유행 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초청한 첫 최고위급 외빈이다. 중국은 코로나 19 발생 후 2년여간 베이징에서 일절 외빈을 접견하지 않았다.

박병석 의장은 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다음 날인 2월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최 각국 정상급 외빈을 위한 환영 오찬에 참석한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시 30분부터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한·중 국회의장 회담을 개최한다. 회담에서는 양국의 문화교류 증진방안, 실질 경제협력 확대 방안, 한반도 정세 등이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후 2월 6일 오전 9시 국내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화상간담회를 끝으로 3박 4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번 방중은 중국 전인대의 지속적인 초청에 화답한 것이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2020년 12월, 양국 국회의장 화상 회담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박병석 의장을 공식 초청했다. 앞서 2020년 11월 방한했던 왕이(王毅) 국무원 외교부장도 리잔수 상무위원장의 박 의장 초청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이후 양국 의회는 방중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방중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파견될 정부 대표단과는 별도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대표로 하는 정부 대표단을 파견한다. 정부 대표단장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거론됐으나 ‘격’이 높다는 지적에 주무부처 책임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박병석 의장이 정부 대표단 대표가 아닌, 한·중 양국 국회의장 회담이라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1월 25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국회의장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과의 회담 등을 위해 방중하는 것”이라며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양국 의회 간의 교류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과 한국은 서로 중요한 우호적 이웃 국가이며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한다. 한국은 직전 동계올림픽 주최국으로서 줄곧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적극 지지해왔는데 이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며, 한중 우호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달했다.

미국 등 서구 자유 진영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속에서 국회의장의 방중은 중국에 대한 성의 표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박병석 의장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중국은 거우중원(苟仲文) 국무원 국가체육총국장(체육부 장관 해당)을 단장으로 하는 공식 대표단과는 별도로 권력서열 7위인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점도 주목된다. 박병석 의장은 성균관대 법대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하여 중국어를 공부했다. 당시 한국은 대만(중화민국)과 수교하고 ‘중공(中共)’이라 칭하던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는 교류가 없었다. 1975년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한 후 사회부, 경제부를 거쳤다.  1982~83년 대만 국립정치대 연수를 거쳐 1985년 주 홍콩 특파원으로 부임했다.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건 발생 시 현장을 취재했던 박병석 의장은 “자오쯔양(趙紫陽)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체포돼 구금됐다. 민주화운동이 실패로 끝났다”는 기사를 송고했다. ‘중앙경제’ ‘중앙일보’가 1면 머리 기사로 실었다. 세계 4대 통신사 중 하나인 미국 AP보다 11시간 이상 빠른 특종이었다. 한국 언론 사상 국제 뉴스에서 세계적 특종을 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그 기사는 박병석 의장에게 1989년 ‘한국 기자상’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