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보건복지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후보자로 모두 여성 지명

보건·방역 분야에서는 여성 트리오 체제 구축

최창근
2022년 05월 27일 오후 2:20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3:59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1기 내각’의 남은 퍼즐을 ‘여성’으로 채우는 인선을 발표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김승희 전 국민의힘 의원,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후보자로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지명했다.

여성 3인 각료 지명은 ‘성별·지역 안배 없이 능력과 실력만 본다’는 윤석열 정부 인사 원칙의 변화를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이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에 편중됐다는 국내외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내각 구성원을 보면 여성 비율이 낮고 한국 같은 경우 여성의 대표성이 상당히 적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어떻게 하면 여성들의 대표성을 향상할 수 있겠나. 성평등을 향상하기 위해 대통령과 행정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후 미국 미시건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을 역임했다. 공공·행정 분야 성과관리 분석 전문가로서 2017년 여성 최초로 기획재정부 공기업·준정부기관경영평가단장을 맡았다. 2020년 65년 역사의 한국행정학회 첫 여성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대통령실은 인선 배경으로 “여성 최초로 기획재정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경영평가 단장을 맡아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2022년 5월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국무회의. | 연합뉴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약대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약리학 석사, 미국 노터데임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보건안전연구원 보건연구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하여 국립독성연구원 생화학약리과장 등으로 활동했고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의약품·독성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임명 됐고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으로 지명된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은 기업과 학계를 두루 거친 약학·바이오 전문가이다. 서울대 약대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약제학 전공으로 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보령제약 개발부,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세포생물학과 연구원, SK케미칼 생명과학 연구개발실 연구원 등을 거쳤다. 학계에서는 차의과학대 의예과장,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약대 교수로 부임했고 2021년 서울대 약대 106년 역사상 첫 여성 학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한국약제학회 회장,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승희·오유경 후보자가 공식 임명되면 앞서 임명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과 더불어 보건·방역 분야는 여성 트리오 체제가 구축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도 실력과 능력을 강조하며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기류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5월 24일, 제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고수해온 인사 원칙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인사 패러다임 변화에는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의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의 직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 정무직 인사와 관련하여 “여성 후보자들의 평점이 낮다”고 언급하자 강인선 대변인이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이 돼서 그럴 것이다”라며 여성에 대한 배려를 건의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18개 부처 중 16개 부처 장관이 임명됐다. 그중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3명으로 전체 내각 구성원 중 15.8%에 그친다. 신규 지명한 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임명될 경우 국무위원 19명 중 여성 비율은 26.3%로 오르게 된다. 이는 ‘내각 여성 비율 30%’를 목표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 1기 내각과 유사한 수치이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내각 여성 비율 21.1%보다 높은 수치이다.

5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임명장을 받은 김규현(우) 신임 국가정보원장. | 대통령실 제공.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규현 신임 원장은 서울대 치의학과 졸업 후 1980년 제14회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하여 외무부(외교부)에 입부했다. ‘미국통’으로서 주미국대사관 서기관·참사관·정무공사를 역임했고 외교통상부 본부에서도 북미1과(미국담당) 과장으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차관보·제1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역임했다.